[데스크 칼럼] 안주니까 보험이다
[데스크 칼럼] 안주니까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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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미래에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에 대한 보장이다. 매달 금쪽 같은 보험료를 보험회사에 납입하며 예상치 못한 삶의 위기에 대비한다. 개인 만이 아니다. 기업도 보험으로 리스크를 헤지(hedge)한다.

하지만 보험금을 기대만큼 얻지 못할 때 그 실망감은 배신감과 함께 분노로 변한다. 아직도 삼성생명 등의 암보험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초의 국내 보험은 호상보험(1892년 호상보험회사 설립)이다. 수적(水賊)으로부터 상인을 보호한다는 의미의 ‘호상’ 보험인데 당시 배 사고가 많아 해상보험이 국내 첫 보험이었다. 하지만 보험금이 지급된 사례는 없고 회사 존속 기간도 짧았다.

당시 쌀과 같은 세금을 배로 실어 납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배를 암초 등에 일부러 침몰시키는 경우도 잦았다. 지금으로 치자면 빈번한 자동차 사고와 보험사기로 인해 손해율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두번째로 나타난 보험은 소보험(1897년 대조선보험회사 설립)이다. 작은(小) 보험이 아니라 사람이 키우는 소(牛) 보험이다. 사람(人)이 아닌 소가 보험 대상이다. 당시 소를 키우는 곳이 적지 않았다. 소는 집을 빼고는 가장 값나가는 재산이었다. 소를 잃어버리면 재산의 상당을 날리는 것이다. 소도둑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를 보험으로 헤지 한 것인데 소보험 마저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는 전무했다. 결국 세금아닌 세금(牛稅)만 더 낸다며 농민들 원성이 자자하자 시행 100일만에 폐지됐다.

세월이 한창 지난 지금도 보험금 지급을 놓고 분쟁은 계속된다. 지난 2014년 금융감독원은 암(癌) 입원보험 상품의 명칭을 정확히 한다며 약관 상 암보험금 지급 범위를 '암의 직접 치료 목적의 입원'으로 변경토록 했다. 이후 생명보험사들은 약관을 근거로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과 치료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암사모(암환자를사랑하는모임)와 보험이용자협회 공동행동(이하 보험이용자협회) 등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기나긴 입원보험금 미지급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 7월 1일 기준 19개 생보사들에게 암치료를 위한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라고 권고한 건수는 873건이다. 세부적으로 지급권고가 가장 많은 생보사는 삼성생명으로 447건이다. 이어 한화생명 132건, 교보생명 128건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447건 중 196건(43.8%)에 대해 전부수용, 190건(42.5%)은 일부수용, 61건(13.7%)은 불수용 방침이다.

보험사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하더라도 '암 치료'에 집중돼 있는지, '요양'에 집중돼 있는지를 본다. 즉 무조건 암입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게 아니며 과잉진료와 과잉청구로 인해 보험료가 인상된다면 그 피해는 다른 보험 가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보험의 목적이 고객이 아닌 보험사 이익에만 있다면 보험사 존립도 있을 수 없다. 보험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동체 보호에 있다. 상부상조, 계 등은 우리 고유의 나눔을 통한 위험관리를 뿌리로 한다. 보험에서 나눔은 보험료이고 위험관리는 보험금이다. 현대 시대에 공동체 보호가 희박해 지면서 보험회사가 이 역할을 대신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보험금이 나갈 때 만큼은 약관의 해석 등이 까다로워 지면서 고객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금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내는 보험과 받는 보험은 각각 보험료와 보험금으로 이름도 다르다. 보험금의 ‘금’은 귀한 ‘金’이다. 용어 자체로 봐도 받기 어렵다.

보험사들 경영은 최악의 상황인데 보험금 누수를 최대한 막으려 할 터이니 앞으로 보험금 지급은 더 깐깐해 질 것이다. 공동체 보호의 원 취지인 보험 역할이 단지 소비자 보호만의 명분으로 지켜내기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보험사에서도 터졌다. 금 무역거래 신용장 기초 파생결합신탁(DLT)이 대상이다. 보험사 삼성생명의 판매잔액(614억원)이 제일 많다고 한다. 환매 불가가 아닌 연기라 하지만 ‘안주니까 보험이다’의 역사가 재발되지 않길 기대해 본다.

부국장 겸 금융·건설부동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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