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종합재무설계'인가
누구를 위한 '종합재무설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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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보험설계사를 지칭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FC(Financial Consultant)', 'FP(Financial Planner)', 'LP(Life Planner) 등이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고객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설계·관리해주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주위의 보험설계사들을 보면 종합재무설계의 근본 취지를 망각하거나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고객이 아닌 본인을 위한 설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자주 받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보험설계사인 만큼 보험상품 위주로 재무 상담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고객의 전반적인 재무설계에서 보험의 비중이나 역할을 적절한 수준으로 정립시켜 주는 것이 보험설계사의 주된 임무이자 과제일 것이다. 보장성 보험의 경우 고객 소득의 7~10% 선에서 설계를 한다든지 하는 설계의 근간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설계를 한다면 결국 그 계약은 오래가지 못한다. 고객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소득의 8할 이상을 보험계약으로 연결시키기도 한다. 연금이나 적금보험, 건강보험, 종신보험 등 종류별로 계약을 체결해 고객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설계를 하는 것이다. 목적은 하나다. 설계사 본인의 수당을 높이기 위함이다.

물론 그런 식의 설계를 결정한 고객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험이나 재무설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연고에 의해 계약을 권유받은 고객 입장에서는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 식의 설계가 고객에게 부담을 줘 계약 유지가 힘들어질 경우, 결국 설계사 본인에게도 계약 철회로 인한 피해가 돌아올 것이 자명한데도 당장 눈앞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연고에 의존해 영업을 하는 설계사의 대다수는 대놓고 설계사 자신을 위해서 보험을 들어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고객이 왜 설계사를 위해서 보험에 들어야 하는 건지. 보험계약이 ‘불우이웃 돕기’도 아닐 텐데 말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설계사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설계사가 난립하다보니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설계사들이 본인의 생계를 위해 보험 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종합자산관리니 재무설계니 하는 말들은 이들에겐 보기 좋은 포장지일 뿐이다.

또 보험설계사는 보험사의 직속 직원이 아니고 일종의 독립 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이기에 기본급이 거의 없다. 어떻게든 실적을 내지 않으면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실적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얼마전 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한 보험가입자가 연봉이 억대가 넘는 한 보험설계사에게 보험가입을 문의했다. 가입자 본인이 고액의 납입액으로 가입하겠다고 하는데도 그 설계사가 나중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납입액을 낮췄다. 이에 감동(?)한 그 가입자는 주변의 지인들을 그 설계사에게 소개시켜줬다’는 일화다.

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에 감동해야하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고객을 위한 설계를 하는 보험설계사가 드물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이 같은 상황은 무분별하게 설계사 인원만 늘려서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더 고객을 유치하면 이득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보험사의 책임도 클 것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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