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단위조합 합병 무산 배경과 파장
농협, 단위조합 합병 무산 배경과 파장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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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대세속 현실적 불가 판단...'자율적 합병' 선택
당근책 강화 불구 실효성 여전히 불투명

농협 중앙회의 조합 강제 합병 무산은 직영 및 지역 조합간 첨예하게 얽혀 있는 이해 상충의 해결점을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 우선 합병 기준을 놓고 지역 조합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센 가운데 일반 금융기관과 판이한 성격, 방대한 규모 등을 고려, ‘정면 돌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으로 조합 경쟁력 제고와 조합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합병 조합의 지원 등 당근책을 강화하는 ‘자율적 합병’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농협이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자율적 합병 방안이 얼마만큼 조합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조합원 반발 및 구조적 문제로 ‘정면돌파 불가능’
농협 관계자는 “지역 조합이 자본금 및 금융, 신용 사업 규모 등 합병 기준에 조합원 의견이 철저히 배제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강제 합병은 결국 무산됐다”며 “지역조합의 독립 사업체 및 신용, 경제 사업 병행 등의 특수성 등으로 합병 대상 조합을 선정하는 객관적인 기준 설정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 조합원들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략 자체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조합은 직영 조합을 제외한 지역 조합의 경우 별도 법인으로 운영된다. 당연히 지역조합장의 경우 개별 조합 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조합은 독립 사업체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농협은 지역조합에 일방적인 전략 수용을 강요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상존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지역 조합 수는 현재 1천 300여 개의 농협 전체 조합 중 1천100여 개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농협 조합의 경우 금융 사업인 신용 부분과 농축산물 유통 사업인 경제 부분이 통합, 운영되고 있어 지역 농어민과의 유대 관계가 긴밀하다. 당연히 경제 사업을 병행, 지역간 판매 경쟁 등 첨예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다.

또한 농협의 경우 조합 수가 방대해 조합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천300여 개의 직영 및 지역 조합 산하 지소 및 분소가 4천 개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결국 농협중앙회 산하 지점이 5천 개가 넘어서는 셈이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 지점 수가 1천200여 개 인 점을 감안하면 농협 조합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합병 조합 ‘자율적 합병’으로 방향 선회
농협 중앙회는 최근 강제 합병 계획이 수로로 돌아가자 합병 조합에 대해 당근책을 강화, 자율적인 합병을 유도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농협 관계자는 “조합의 의견 수렴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합병을 통한 경쟁력 제고 역시 시급하기 때문에 합병 조합의 지원을 최대한 확대해 자율적인 합병을 유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합병 조합의 경우 무이자 대출 규모를 현행 7억원 규모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합병 조합에 무이자 대출을 늘려 신용사업 및 경제 사업등에 투자 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넉넉히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조합에 피합병되는 조합원들의 배당률을 인상, 합병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조합 합병 시 임금 인상 문제, 사무실 확충 등 부대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것도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농협은 하반기까지 합병 조합의 지원 강화 방침 아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합병의 필요성 및 세부적인 합병 조합 선정 기준 등과 관련 한 세미나 등 의견 수렴 작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경쟁력 제고 방안엔 ‘여전히 의문’
업계에서는 농협의 자율적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농협 관계자는 “시간이 걸릴 뿐 조합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합병은 꾸준히 진행 될 것”이라며 “다만 강제 합병이 아닌 자율적 합병 기간과 세부적인 조합 수는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강제성을 띄지 않는 자율 합병 계획으로 실질적인 합병을 통한 경쟁력 제고 방안은 미지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농협의 자율 합병 전략이 지지 부진해 질 경우 당장의 조합원 반발을 잠재위기 위해 ‘당근책’이라는 근시안적인 대비책을 선택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는 농협 내부적으로도 합병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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