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北김여정 "남측과 결별할 때···다음 조치는 군에"
[전문] 北김여정 "남측과 결별할 때···다음 조치는 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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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극단적 내용의 담화, 남북관계 결별 선언
'평화' 메신저의 역할 변신···南 '흔들고' 北 '단속'
'벼랑끝 전술'로 복귀···합의 파기 넘어 도발 가능성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슈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 대응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대남 군사행동에 나설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거칠고 극단적인 용어로 채워진 '담화' 형식을 통해 남북관계에 대해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수위는 협박 수준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남북을 오가며 '평화'의 메신저로 나섰던 그가 남북관계의 파국을 공식화하는 당사자로 역할 변신을 한 셈이다. 그가 이같은 역할을 직접 맡게 된 것은 일종의 '결자해지' 차원에서 불가피했을 것으로 이해된다. 남 측에 대해 가졌던 기대가 충족되지 않은데 따른 불만 표출을 통한 책임 떠넘기기와 남한 흔들기, 북한 내부 체제 결속 등 두 가지 정도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미국 대선까지도 염두에 둔 전략적 대남정책 기조 전환이 깔려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담화는 실망과 분노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뉴월 서릿발 같은 섬찍한 표현들로 쓰여졌지만, 그 내용의 핵심은 핵을 안고 사는 '벼랑끝 전술'로의 복귀로 압축돼 읽힌다. 

김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를 내고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면서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해 대적사업 연관 부서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사실상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한 셈이다.

김 제1부부장은 또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 해낼 능력과 배짱에 있는 것들이라면 남북관계가 여지껏 이 모양이겠냐"며 "보복계획은 대적 부문 사업의 일환이 아니라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절대로 다쳐서는 안될 무엇을 잘못 다쳐놓았는지를 뼈아프게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른바 '최고존엄'을 모독한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 철거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북한은 전날 자정께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담화를 내놓고 이날 오후에는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부장이 담화를 발표하는 등 24시간 동안 3차례에 걸쳐 대미·대남 압박 메시지를 내놨다. 장 통전부장도 청와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를 평가절하하며 "(남측과)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 서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앞으로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거론한 연락사무소 철거 및 9·19 군사합의 파기, 개성공단 철거 등의 조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합의 파기를 넘어 군사도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언급했는데,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때문에 추후 정세 변화에 따라 김 위원장이 경색 국면을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동시에 대남사업 총괄자이자 북한 내 권력 2인자라는 자신의 입지를 재확인한 의미도 있다. 

[다음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전문]

『나는 어제 우리 통일전선부장이 낸 담화에 전적인 공감을 표한다.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남북)관계가 여적(여태껏) 이 모양이겠는가.

언제 봐야 늘 뒤늦게 설레발을 치는 그것들의 상습적인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형식에 불과한 상투적인 언동을 결코 믿어서는 안 되며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의 죄행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우리 조국의 상징이시고 위대한 존엄의 대표자이신 위원장 동지의 절대적 권위를 감히 건드리고 신성한 우리측 지역에 오물들을 들이민 쓰레기들과 그런 망동 짓을 묵인한 자들에 대해서는 세상이 깨여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장을 보자고 들고 일어난 전체 인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지금 날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깨깨(몽땅) 받아내야 한다는 판단과 그에 따라 세운 보복계획들은 대적 부문 사업의 일환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 그것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절대로 다쳐서는 안 될 무엇을 잘못 다쳐놓았는지를 뼈아프게 알게 만들어야 한다.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다.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 사업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남조선당국이 궁금해할 그 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쓰레기는 오물통에 가져다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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