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에 '농민은 없다'?
농협중앙회에 '농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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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맞아 부자고객행사 '봇물'..."농민위한 특수은행으로 거듭나야"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농협중앙회의 연말 행사에 농민은 없고 수익창출을 위한 은행영업만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연말을 맞아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는 여타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농협 역시 다양한 연말맞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달부터 해외연수 및 동계스포츠 관광 수요가 증가하는 환전성수기를 맞아 'GOLD DREAM 2008' 환전 페스티벌 행사를 벌이고 있으며, 지난 13일에는 PB고객들을 대상으로 송년회를 겸한 'Royal Road아트페어' 행사를 개최했다.

그러나, 농민들을 위한 행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시중은행과 달리 농협은 농민들을 대변하는 특수은행임을 감안할 때 이같은 농협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농협의 한 관계자는 "농민들의 이익을 위한 농협중앙회가 농민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PB고객을 위한 행사는 개최하면서 연말을 맞아 더욱 어려움을 느낄 농민들을 위한 행사개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연말을 맞아 농민들을 위한 행사를 단 한건도 계획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특수은행으로서의 공적 기능은 약해지고 있는 반면, 수익성 위주의 일반 금융회사의 성격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농협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각종 불법행위가 증명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협중앙회 민선회장 세 명이 줄줄이 구속됐다는 점은 농협이 본연의 임무는 물론 금융기관으로서의 의무마저 져버린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 있었던 정대근 농협 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농협을 정부관리 업체로 취급해 정 회장을 공무원으로 보고 특가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이는, 농협이 '준공공기관'이라는 의미이다.

이같은 법원의 판결과는 달리 농협은 공공기관으로서 역할하는 부분은 미미한 상태이며, 금융사업 뿐만 아니라 유통 사업에 까지 손을 뻗치며 마구잡이식으로 사업을 확대 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농협은 농민을 위한 특수은행이라기보다 금융회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농협의 총자산은 시중은행 중 총 자산규모 2위를 기록한 우리은행보다 규모면에서 월등하며, 이를 바탕으로 금융종합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사업의 확대를 위해 대한통운 입찰에 나섰으며, 외환은행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전에는 프로야구단(현대 유니콘스)인수에 눈독을 들이다가 자체판단과 비판여론에 밀려 스스로 철회한 적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농협의 공격적 경영보다 본래의 설립목적인 농민을 위한 활동이 거의 이루어 지고 있지 않다는 것. 농협의 사업부문별 매출액이익을 살펴보면 농업·축산 분야 이익은 10%에 불과하다.

지역농협 관계자는 "농협이 고객들에게 농협을 홍보할 때 민족은행이라는 점과 농협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농민과 농촌의 지원기금으로 활용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정작 한미FTA와 같이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이익을 먼저 고려했다"고 꼬집었다.


<농협 제자리찾기 운동본부 최양부 교수 인터뷰>

"농민을 위한 단체?...임직원을 위한 단체!" 

‘농협 제자리 찾기 운동본부’의 최양부 교수<사진>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협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이미 농민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 농협중앙회는 임직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조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농협중앙회가 ‘중앙회가 지역 농협을, 지역 농협이 농민을 뒷받침하는’ 본래의 설립목적에서 벗어난지 오래라며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농협은 농민들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1957년 발족한 농협은 현재 240만 농민조합원과 이 들이 만든 1,200개의 지역/축산/품목농협과 7만 2천명의 직원을 가진 국내 최대의 경제사업단체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농협중앙회는 16개의 시도지역 본부, 156개 시군지부와 24개의 계열사를 포함한 78개 경제사업장과 1000여개 금융점포를 가진 여수신 총사업규모 500조, 당기 순이익 1조원에 굴지의 종합 금융그룹이다.

세계 4위의 조직과 자금력을 가진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이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그 안에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농민의 농협중앙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농협은 농민들이 서로 협동해 농민들의 경제적·사회적지위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농협 중앙회의 구조와 사업은 농민조합원이나 회원조합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또 다른 문제는 농협중앙회가 농민을 위한 조직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감독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며, 거기에 더불어 각종 정부사업자금을 우선 예치 받는 특혜마저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농협중앙회는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다”며 “농협중앙회는 회원농협의 연합체이면서도 오히려 회원농협과 경합하는 등 독자적인 사업을 방만하게 추진하면서 회원농협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농협중앙회는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주인이 돼야 할 농민들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며 “농민들에게는 조합장 선거 때 단 한 번 투표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농협중앙회가 현재 벌이는 사업들은 농민들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농민을 앞세워 금융산업과 유통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농협중앙회 측은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농협중앙회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곧 농민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시각차이에서 오는 문제이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농협중앙회의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며 “농협중앙회가 규모를 키우는 것은 경쟁력을 갖기 위한 것이며 중앙회의 경쟁력이 커지는 것이 곧 농민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에 무이자자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역농협의 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무이자 자금을 지원 받는 것이 곧 중앙회에 예속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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