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전염병의 경제적 파장
[홍승희 칼럼] 전염병의 경제적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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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멸종하게 된다면 그 원인은 바이러스일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내며 스스로 진화하고 있어서 늘 인간의 대처가 한 발짝씩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주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20세기에는 엄청난 사망자를 냈던 스페인독감이 1918~1920년 사이 만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전 세계를 휩쓸었고 당시 세계와의 교류도 미약했던 식민지 조선에서만도 몇 천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80년대 에이즈가 전 세계를 긴장시킬 때까지는 별달리 전 지구적 전염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면서는 불과 20년 사이에 벌써 여러 차례의 세계적 전염병이 나타나며 인류를 긴장시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만 해도 2009년 H1N1바이러스에 의한 신종 플루, 2014년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2019년 콩고의 에볼라에 이어 이번 코로나19까지 벌써 6번째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사회를 긴장시켰던 전염병만 해도 2002년 겨울에 시작돼 2003년 여름까지 이어졌던 사스를 시작으로 2009년 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이번까지 벌써 네 번째다. 거의 5, 6년 주기로 대형 전염병이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비상사태 선포는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퍼지는 전염병에 대해서는 잘 내려지지 않는 듯하다. 신종 플루나 이번 코로나19 같은 경우는 미 대륙과 유럽에서까지 감염자들이 나타나면서 뒤늦게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모양새다.

이런 대형 전염병이 확산되는 데는 그 어느 때보다 국가간 인적 교류가 늘어난 영향이 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지역은 더 광범위해진 반면 감염자 수는 크게 늘지 않는 편이다. 과거 추정 300만 명이 사망했다는 흑사병이 유럽의 체제변혁을 초래하고 스페인 독감 때는 1억 명 감염, 5천만 명 사망이라는 끔찍한 기록을 남긴 것에 비해 감염자 숫자도 많이 줄었지만 특히나 당시에 비해 월등히 높아진 의료기술 덕분에 사망률은 대폭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은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가한다. 당장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들로 인한 생산활동 위축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보다는 심리적 공포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더 큰 문제를 낳는다.

그 영향은 전염병이 돌았던 시기의 국내총생산 추이가 분명하게 보여준다. 2002년 7.2%였던 성장률이 200년에는 2.8%로 뚝 떨어졌다. 국내에선 사망자 한명도 안 나온 사스의 경제적 파장은 이토록 컸다. 메르스 때인 2015년 성장률도 2.6%에 그쳤다.

이번 코로나19가 중국을 벗어나 확산되기 시작한 1월 셋째 주말부터 뉴욕증시는 추락을 보였고 상호 연동된 각국 증시들 역시 같은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세계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 때인 2003년에는 4.28%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그 4배에 이르렀다. 그런 중국이 지금 코로나19와의 싸움에 기진맥진하고 있으니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2000년대 들어 이런 전염병이 거시경제의 흐름을 되돌릴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분석도 있다. 통상 한 분기 정도 타격을 받지만 이후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근래 백신 개발속도도 제법 빨라진데다 전염병에 대한 대처 정보도 신속히 제공되고 개인 위생도 나날이 개선되고 있어서 대체로는 병의 확산시기가 짧아지고 있기 때문일 터다. 최근 전염병의 발생 주기도 빨라졌지만 대처 수준도 높아지면서 지속기간도 짧아지는 추세다. 통상 3개월 정도 지나면 소강상태로 접어들며 차츰 마무리 단계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대중적 심리상태다. 지속기간이 2개월을 넘기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사회적 공포감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기껏 잘 통제되어 조기 수습되나 싶다가 느닷없이 대구에서의 집단 발병 건이 터지는 바람에 더 큰 공포에 시달리게 됐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 해 문제의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이 정부 통제를 계속 벗어나려 버둥거리는 통에 전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러나 이미 백신 임상실험이 시작됐다고도 하고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정부 통제도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이니 3, 4월을 넘기지는 않겠지 싶다. 그렇게 올해 경기에도 또 다시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세계경기 전망이 죄다 음울하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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