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메모' 등장...정치권 '발칵'
'김경준 메모' 등장...정치권 '발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 이명박 무서워 한다"...검찰, "사실 무근"
反한나라, "특검 불가피"...韓, "정치공작 의혹"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 김경준 씨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받았다는 내용의 메모지가 공개돼 정치권이 발칵 뒤짚혔다. 反 한나라당 진영은 파상공세를, 한나라당은 김경준 측과 여권과의 유착 의혹을, 그리고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김경준씨가 지난달 23일 검찰청 조사실에서 자신의 장모와 나눈 필담 메모지가 '시사인'에 실리면서. 메모지 내용 중 서툰 한글로 "한국 검찰청이 이명박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또 이명박 쪽이 풀리게 하면 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7년에서 10년이 될 것"이라고 검찰이 회유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메모지에는 자신의 부인인 이보라씨와 에리카 김씨에 대한 수사 중단, 다스와는 무혐의 처리, 그리고 미국에서 진행중인 민사 소송의 취하 등을 검찰이 제안한 것으로 돼 있다. 김씨의 장모가 "3년이 낫지 않을까"하고 쓴 대목도 적혀 있다.

미국에 체류중인 김경준 씨의 부인 이보라 씨는 "수사를 공정하게 잘 하시고 계실 것으로 믿고 있었다"며 "지난 이틀 동안 언론 매체를 통해서 접한 뉴스를 보니까 방향이 되게 많이 틀린 것 같더라"면서 메모지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는 모레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증거와 자료를 토대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일부 언론이 전했다.

이에, 검찰은 이 같은 김경준 씨 가족의 주장에 대해 이날 수사 전 과정이 녹화됐는데 무슨 말이냐며 터무니 없는 거짓주장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김경준씨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수사의 전 과정이 녹음, 녹화됐고, 조서를 작성할 때 변호인이 모두 입회했기 때문에 회유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김씨 변호인들에게도 확인을 해봤지만, 회유를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오히려 김씨 가족들이 미국식의 협상이 가능한 지를 물어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해줬다는 말을, 변호인으로부터 들었다고 김 차장은 밝혔다.

검찰은 김경준씨 가족들이 메모를 받은 직후 공개하지 않고 수사발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 공개한 점, 그리고 사실상 조사가 불가능한 미국에서 메모를 공개한 점 등도 김경준씨측 주장이 허위란 사실을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공방전은 가열되고 있다.
5일로 예정된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이 특별할 게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의 무게중심이 '검찰수사 결과 발표'에서 '김경준 메모'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대대적인 공세 김경준 씨의 메모가 보도되자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은 검찰의 BBK 수사를 믿을 수 없다고 공세를 폈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기꾼의 거짓말에 또 다시 놀아나고 있다며 여권의 공작 의혹까지 제기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김경준씨의 메모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치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줄서기를 한 것이라며, BBK 수사결과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현미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은 "이런 수사결과 인정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특검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당은 4일 밤 의원 50명이 서울중앙지검을 항의방문해 김경준씨 접견을 요구하는 한편, 내일 BBK 특검법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회창 후보 측도 공격에 가세했다.
강삼재 이회창 후보 전략기획팀장은 "검찰이 권력의 음모 아래 김경준씨를 회유.협박해 이명박 후보의 혐의를 지우려는 불순한 저의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먼저, 김씨의 메모가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김경준 측과 여권간의 유착설을 제기했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김씨가 384억원을 횡령한 범죄만 하더라도 법적으로 10년 이상을 구형해야만 하는데, 어느 검사가 형량을 낮춰 주겠다는 제안을 할 수 있겠느냐"며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우리는 이 일이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김경준과 그 배후세력의 공작이라는 강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문제의 보도를 한 시사인의 기자가, 지난 2002년 기양건설 허위보도로 1억원의 손배소 판결을 받은 기자라며 역공을 폈다.

한나라당은 주가조작 공범인 에리카 김씨가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기 위해, 이같은 허위폭로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내일 여권과의 유착의혹 등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경준 메모'의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