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 조성 증거라며 지난 월요일 공개한 계약서 사본에는 당시 삼성전관 구매담당이던 서 모 부장과 강부찬 씨가 서명한 것으로 돼 있다. 계약서에 이름이 올라있는 강부찬 씨는 "이 계약서를 직접 작성했고, 계약서에 따라 자신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최근 털어놓놨다고 '시사인'이 보도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처럼 삼성물산이 원가보다 15퍼센트 비싼 가격에 대신 장비를 사 오면서, 수수료는 2퍼센트만 받고 나머지 13퍼센트의 돈은 비자금으로 빼돌린다는 것. "암호처럼 쓴 거죠. 이 공문서가 드러나도 '아 이거 샘플비구나'라고 알게끔 꾸며 놓은 거죠." <강부찬 (전 삼성전관 직원, '시사인' 인터뷰>
강 씨는 또 자신 뿐 아니라 다른 모든 해외 지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이 만들어 졌고, 이렇게 만들어진 비자금은 주로 임원들의 차명계좌에 보관됐다고 주장했다.
"금융실명제 하고 난 다음에 본사 쪽에서 (차명계좌는)임원 몇 사람하고. 난 그때 당시에 대상자가 아니었으니까." <강부찬 (전 삼성전관 직원, '시사인' 인터뷰>
강 씨는 그러나 이 계약서를 김용철 변호사에게 건네준 뒤 돌연 모든 연락을 끊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삼성 측은 강 씨가 지난 2002년 회사를 그만둔 뒤, "비자금 조성 경위를 알고 있다"며 여러 차례 돈을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그러나 강 씨 주장이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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