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의혹 '펑!'...삼성은행論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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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무근으로 결론나도 '부담'"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 4% 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정부와 재계간 갈등이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이 은행 소유를 내부적으로 추진해온 정황이 포착된 이후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을 통해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은행 소유 의도에 관한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설령, 이번 비자금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더라도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잦아들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한 동안 힘이 실리는 듯하던 '삼성은행론'은 더 말할나위도 없다. 
 
■대선공약으로 확대
금산분리원칙은 지난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주요 논쟁거리로 부각될 만큼 정치적인 사안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날 심상정 의원은 '삼성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로드맵'의 내부문건을 공개하며 "삼성의 각본대로 금산분리 완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윤증현 전 금감위장, 박승 전 한은 총재,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005년부터 재벌의 은행소유 허용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시기와 논리가 삼성의 내부 문건과 정확히 일치한다"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금산분리 정책에 대한 이론적 대응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제도의 도입 ▲은행업, 증권업, 보험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금융산업정책 수립 유도 ▲비은행 금융기관의 은행업 진출방안 마련 ▲경제력 집중에 대한 올바른 인식 등의 5대 추진과제와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및 시기를 담고 있다.
금산분리에 대한 논쟁은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까지 논쟁의 범위가 확대됐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지난달 18일 '2007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 너무나 경직된 금산분리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산업자본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필요는 없고 감독을 철저히 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합 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불과 10년 전에 재벌이 종금사를 소유, 사금고화함으로써 외환위기의 발단이 됐다"며 "다시 강자만 살아 남는 정글 자본주의로 돌아가서는 안 되며, 금융 강국이 되려면 견제와 균형의 건강한 경쟁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 이 후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금융권은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금산분리원칙이 사실상 폐지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새로운 국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던 금산분리 논쟁은 삼성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 주장이 크게 위축되는 양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제기된 비자금 의혹에 따르면 삼성이 정치권은 물론 금융, 언론 등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펼쳐왔다는 점은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해왔던 인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설령 비자금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더라도 재벌들의 부패가 또다시 언론의 도마위에 오른 이상 이전과 같은 주장을 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의 비자금이 우리은행을 통해 관리돼 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이 은행업 진출을 위해 삼성맨을 은행 요직에 앉혔다는 의혹에도 자유로울수 없게 된다.
지난 2004년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회장비서실을 거쳐 삼성전자 상무이사, 삼성증권 사장을 거친 대표적인 '삼성맨'으로 꼽히고 있다.
또 올해 초 취임한 박해춘 우리은행장 역시 20년 가량 삼성화재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삼성과 우리은행의 비자금 관리 공모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시기적으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의 취임 직후 비자금 관리가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우리은행이 김용철 변호사 자신의 명의로 된 계좌에 대해 거래내역은 물론 계좌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는 점 등은 삼성과 우리은행의 공모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현재 정부 소유라는 점과 삼성맨이 연이어 은행장에 앉았다는 점은 우연치고는 절묘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금산분리원칙이 완화되면서 우리은행 간판이 삼성은행으로 바뀌는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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