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발전과 '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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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주미 기자]<nicezoom@seoulfn.com>“증권사 직원들은 다른 금융업종에 비해 이직이 자유롭기 때문에 증권사 신설에 큰 문제가 없다.”

얼마 전 증권사 신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기업은행에 대한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있어서 잠시 읽기를 멈췄던 기억이 있다.

그 보고서의 내용인 즉 기업은행의 증권사 신설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이라는 의견인데 몇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증권사의 인력 이동이 자유로워, 프리미엄이 붙은 증권사의 인수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그저 현재 증권가의 모습을 진단했을 뿐인데 기자는 보고서를 읽으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일도 있다.
얼마 전 모 증권사는 애널리스트의 사임으로 해당 종목을 커버리지 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고별 레포트를 내놓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인력문제는 비단 몇몇 증권사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둔 증권사들이 금융의 꽃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증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리서치센터를 확장하는 등 대규모 인력충원에 나선 것을 비롯해 최근 금감원의 증권사 신설 규제 완화가 이 같은 현상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일까? 최근 증권사들의 경력채용 공고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존 인력 이동의 대상이 애널리스트나 핵심임원이었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증권사 이직의 범위가 영업직원, 판매직원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은 증권업계의 이직이 너무 많다는 것으로 귀결되는데, 증권시장의 파이는 커지는 반면 인력풀이 작다보니,이른바 증권사의 ‘우수 인력’이 돌고 도는 것으로 설명된다.

속칭 '우수인력'의 증권사 탐방(?)이 결국 비슷비슷한 색깔의 증권사 탄생을 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기자가 얼마 전 모 증권사의 담당임원을 만나, 타 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입사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스카우트 제의가 있어왔고, 현재 연봉의 몇 배를 얹어주겠다는 조건들도 종종 있지만, 그는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가능성을 보고 자신의 비전을 키워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증권업계의 고질병처럼 여겨지는 이직을 고려했을 때 그의 대답은 신선했다.

향후 증권사가 철새들의 고향이 될 것인지, 업계의 그루터기 같은 증권사로 성장할 지는 증권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주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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