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800원대로 시작될 내년 경제
환율 800원대로 시작될 내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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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나라 밖 경제상황이 매우 불안하다. 국제 유가는 현재 눈앞의 고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한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미국이 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미국이 선도해온 글로벌금융의 약세는 달러 가치 하락을 재촉하고 각국의 달러 환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설명한다.
미국 경제의 약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온 것인지라 이제 어지간한 미국 발 변수는 증권시장에서 약발이 많이 떨어졌다. 잘하면 하루, 아니면 아예 무시하고 지수가 형성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사안이 아닌 만큼 지지부진 끌고 가겠지만 이미 증권시장에선 미리 다 반영됐다는 듯 가볍게 넘긴다.
그러나 미국 내 카드대금 연체율 증가 소식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 연말까지 미국의 주요 소비시즌이 다가와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도 늘 것이라는 연례적 기대에 먹구름이 끼는 불길한 소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카드대금 연체율 증가로 상징되는 미국 내 경기하락을 감안해 미연방준비이사회가 금리인하 카드를 다시 내밀었을 터이지만 이것이 꺼져가는 미국경제에 제대로 불씨를 지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제경쟁력을 가진 몇몇 대형 업종에 치우친 미국 경제가 맞닥뜨린 이런 난관은 마찬가지로 몇 개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전망을 내리기 두렵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와 달리 무력을 가진 미국, 국제정치적 파워가 여전한 미국이 선택카드가 없는 한국 정부와는 매우 다른 위협적 선택을 거듭할 가능성이다. 한국정부는 고작해야 통화관리에 더 신경 쓰고 외환 역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전 세계가 고유가로 몸살을 앓아도 이란을 향한 위협을 거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렇게 되면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소위 3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세계경제는 죽을 쑤게 된다. 특히 에너지소비가 많은 한국은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물론 대체에너지 개발이 촉진되겠지만 그 방면에서도 우리가 유리한 점은 없다. 선진국들에 비해 뒤늦게 개발에 착수했다지만 아직 매우 미온적인 상태이고 설탕을 연료화 한다는 둥 하는 연구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가만 두면 유가는 100달러를 일시 돌파하더라도 머잖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올 수 있다. 기름 값이 폭등하면 각국이 에너지 절약에 비상이 걸릴 터이고 소비가 줄면 OPEC가 증산을 하든 어떻게 해서라도 유가를 끌어내리게 될 것이라는 게다.
그러나 세계 웬만한 유전의 실질적 주인이며 자국 영토 내에도 유전을 갖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고유가 상황을 오히려 느긋이 즐길 만하고 중동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OPEC가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이란을 협박함으로써 OPEC의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지금 여기저기 고립, 배타적인 국가들을 성난 멧돼지처럼 들쑤시고 다니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약화되고 있는 미국의 위력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미국이 전 세계의 경제적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활용하지 않으리라고 착한 기대를 할 근거는 약하다. 물론 그 어떤 경우라도 미국이 역풍을 맞지 않는 범위 내에서일 테지만 말이다. 그렇게 보면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모든 변수는 결국 미국 발 변수가 돼가는 셈이다.
내년도 세계경제가 이처럼 매우 불길한 예상 속에 어떻게 진행돼 갈 것인지 예측하고 민간부문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해야 할 듯하다. 그리 생각하면 내년 초 달러 환율이 800달러대로 시작해 장기화할 것을 가장 크게 염려하는 현재의 경기전망들이 오히려 위험한 낙관론이 될 수도 있다. 이제 3차 오일쇼크도 예상하고 달러 환율 800원대 고정화도 예상하면서 내년도 각 부문 경제전망 및 전략들을 다시 짜야 할 상황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기에는 체내 축적된 지방이 너무 적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어찌해야 할지 참 막막해 보인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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