肝癌, 업무상 재해?...'엇갈리는 판결'
肝癌, 업무상 재해?...'엇갈리는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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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스트레스-간질환 발생, 의학근거 '있다, 없다'?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간암은 업무상 재해인가, 그렇지 않은가? 간암을 업무상 재해로 봐야할지 여부를 두고 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나와 헷갈리게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공무원 김 모 씨는 지난 2005년, 간암 판정을 받고 6개월 뒤 숨졌다. 유족들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간암이 악화됐다며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간염을 급격히 악화시켜 간암을 유발했다"고 판시했다. 더구나, 재판부는 "이러한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지난 2002년 대법원 판례가 잘못됐다"고까지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를 거부한 1심의 이같은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특별1부(재판장 박삼봉 부장판사)는 29일 김 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원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과로가 김 씨의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이 때문에 간질환이 악화됐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의학적 자료가 없다"며 "과로나 스트레스가 간암을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어도 자연적으로 감암으로 악화될 수 있고, 과로나 스트레스 자체가 간질환 발생이나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경우 간염으로 입원한 전력이 있으면서도 간암 발병시까지 아무런 검사나 치료 없이 지내 2002년 마지막으로 건강진단을 받은 이후 간염이 어떻게 악화돼 왔는지 확인할 의학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다. 

간암을 앓고 있는 보령시 공무원 송 모 씨가 낸 소송도 29일 함께 기각됐다. 쟁점은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될 때 과로나 스트레스가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것. 항소심도 스트레스 때문에 간염이 간암으로 나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연구자료가 없어 업무상 재해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 또, 간암으로 악화시키는 다른 원인 요소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간 질환 발생의 원인이라는 의학적 근거나 구체적 연구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공무수행과 간암 발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학계에선 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주요 발병 원인으로 인정되는 추세여서, 법원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학계의 의견은 대체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간 기능을 악화시키는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많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유족들은 대법원 판례를 바꿔야 할 시점이라며 '상고'할 의사를 밝혔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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