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BBK와 MAF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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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MAF펀드 관련 건이 될 듯하다. 대상 물건이 펀드다보니 금융기관들 이름도 두엇 거명되고 있어 금융권으로서도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만 될 사안도 아닐 성싶다. 물론 금융기관들이 깊숙이 개입된 정황은 포착되지 않지만 신당의 주장대로라면 5200명 소액투자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는데 거명되는 금융회사들은 제대로 돈을 돌려받았다하니 사건이 종결되기까지는 앉은 자리가 그닥 편한 형편은 아닐 터이다.

BBK라느니 LK-e뱅크라느니 또는 MAF펀드라느니 하는 단어만 들어도 금융권 밖에 있는 일반 서민들은 이게 무슨 대단한 암호인양 혼란스러운 사건이다. 그러나 현재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사건의 내막을 줄거리만 간추려보자면 비교적 단순하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제1당 대통령 후보의 스캔들로 불거진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0년 이명박 후보가 미국에서 금융전문가로 성공을 거두던 김경준씨를 만나 당시 큰 부자들 사이에 유행하던 투자자문회사, 즉 BBK투자자문을 설립하고 그 지주회사로 이명박과 김경준 두 사람의 이름을 건 LK-e뱅크를 설립한데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명목상은 이명박씨의 형 이상은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주)다스가 투자해 설립한 BBK가 이명박씨를 앞세워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MAF펀드를 이용해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설립한 옵셔널벤처스라는 회사의 주가조작에 나섰다는 것이다.

MAF펀드에는 심택을 비롯해 삼성생명, 하나은행 등이 투자를 했었다는 데 이들은 대강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당시 유력 정치인 이명박의 이름을 믿고 투자했던 5200명 소액투자자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주가조작에 이용당했다는 당시의 정황까지는 명료하게 밝혀진 게 없지만 아마도 정보가 빠른 금융회사 등은 미리 알아 빠져나가고 영문 모르고 있던 소액투자자들이 모든 덤터기를 썼다는 뜻인 듯하다. 투자라는 게 하다보면 손해를 볼 수 있다던가 하기에는 이번 사건이 부도덕한 냄새가 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그보다 더 답답한 것은 너무나 뻔한 사실을 놓고 이 후보가 자신은 MAF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면부인을 했다가 꼬리를 물린 것이다. 회장 이명박, 사장 김경준이라고 사진까지 박힌 MAF 조성 당시의 홍보 브로셔가 등장한 것이다. 신당의 신혜석 의원이 들고 나와 공개한 이 브로셔는 그간 관련 사실을 부인으로 일관해온 이 후보 진영을 상당히 당혹스럽게 하는 듯하다.

게다가 신당내 이 후보 저격수 의원들을 대상으로 잇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신 의원까지 소송 대상을 삼자 신의원 측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이명박 의원의 진술서까지 제시하며 이 의원이 얼마나 깊숙이 간여했는지를 들춰내고 있다.

또한 2000년 당시 MBC 기자였던 신당의 박영선 의원은 이명박  후보를 인터뷰하러 갔다가 MAF펀드 가입을 권유받았다고 밝혀 진실공방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KBS라디오에 출연해서 이 사실을 밝힌 박 의원에 따르면 당시 이 후보는 차익거래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며 그 차익거래가 행후 증권시장을 크게 뒤바꿀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드러난 증거 앞에 이 후보 진영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MAF에 대해 이름도 들어본 적 없다고 한 이 후보의 말은 그 문제에 대해 답변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득에 나서며 ‘이 후보가 MAF 펀드에 가입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동안 김경준씨를 지난 대선에서 병역비리 문제로 막판 전세를 뒤집었던 김대업씨와 비교하며 ‘사기꾼’으로 몰아가던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김경준씨 귀국을 요구하면서 미국 쪽 변호사를 통해 그의 귀국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아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는 펀드 투자한 게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하지만 부정축재로 퇴임 후 재산 환수 명령을 받고서 자신의 전 재산은 29만 원 뿐이라던 전직 대통령을 겪은 국민 입장에선 입맛이 쓰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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