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뒤집힌 '균도네 소송'···法 "암과 피폭선량은 인과관계 단정 어려워"
4년 만에 뒤집힌 '균도네 소송'···法 "암과 피폭선량은 인과관계 단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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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갑상선암 발병은 한수원이 배상"···원고 측 상고 예정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고리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살다가 방사선 피폭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른바 '균도네 소송'에 대해 사업자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앞서 갑상선암의 경우 발병률과 원전 인근 거주는 인과관계가 있다며 한수원 책임을 일부 인정했던 1심 판결을 뒤집는 결과다. 

부산고법 민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14일 이진섭(53)씨 부자와 부인 박모(53)씨가 한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박씨의 갑상선암 발병 원인과 피폭선량 사이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면서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 측정한 고리원전 인근 주민 피폭선량은 연간 0.00140∼0.01510mSv인데 이는 기준치(1mSv) 이하"라면서 "원고는 작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피폭될 경우 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는 선형무역치모델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100mSv 이하 저선량 방사선 피폭과 암 발병 여부를 명확히 입증할 만한 국내외 연구 결과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20년부터 원전 인근 주민의 암 발병 여부를 5년 단위로 추적 조사할 방침"이라며 "향후 그 결과가 주목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균도네 소송'은 지난 2012년 7월 고리원전 인근 주민인 박씨가 남편인 이씨, 아들 균도씨 등 온 가족이 원전 영향으로 질병에 걸렸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이들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인근에서 거주해왔다. 발전소 근처에서 20년 이상을 지냈던 박씨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고, 아들은 선천성 자폐 진단을, 이씨는 대장암 진단을 각각 받은 바 있다. 

지난 2014년 1심 법원은 원전이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을 방출한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노출된 주민이 피폭 피해를 입은 부분에는 사업자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씨의 갑상선암에 대해서만 한수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결론을 냈다. 박씨는 본인만 배상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한수원은 암과 방사선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4년 넘게 진행된 항소심에서 암 발병과 방사선 피폭선량의 인과관계, 거주 거리와의 상관성 등에 대해 양쪽은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지난해 12월 원고 측 법률 대리인은 한수원이 피폭선량한도 기준을 어겼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가 나왔다며 변론 재개를 신청했고, 이를 기점으로 분위기는 환기됐다.

이에 올해 진행된 주된 공방 내용은 한수원이 고리원전 가동 시작부터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고리원전이 가동을 시작한 1979년에 방사성폐기물 방출량이 크게 늘었고, 사업자 측이 미국 규제기관이 정한 기준을 초과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었다. 

또 균도네 가족이 고리원전으로부터 반경 5km 이내에 1년 이상 거주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기도 했다. 재판부가 한수원 측에 요구한 자료에 따르면 균도네가 1991년 2월 20일부터 1992년 6월 16일까지 거주한 주소지는 고리원전에서 3.7km 떨어진 위치였다. 1심 때 대략적으로 추정된 거리인 7.6km와는 차이가 났다. 한수원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암이 발병하기 때문에 개연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2심 판결에 대해 원고 측과 탈핵단체들은 무책임한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1심 판결을 뒤집은 이번 판결에서 평범한 시민의 양심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재판부의 못난 모습을 봤다"면서 상고의 뜻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판결은 현재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진행 중인 원전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 공동소송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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