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이제는 기업이 선택할 때
[홍승희 칼럼] 이제는 기업이 선택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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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는 이론적으론 매우 완벽한 생산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만든다. 저마다의 강점을 합쳐서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가장 효율이 높을 것이니까.

하지만 중국의 사드보복에 이은 일본의 경제공습은 이런 글로벌 생산시스템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엄청난 함정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개별 기업의 리스크 관리는 각 기업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국제질서의 엄정함은 종종 개별 기업들이 뛰어넘기 힘든 장애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성패는 결국 기업 스스로 그런 함정과 장애물을 극복한 결과로서 얻어진다. 비용효율만 생각하다보면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장벽 앞에 좌절하는 경험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오로지 비용효율만을 생각했고 그에 따른 위험을 너무 가볍게 취급했다. 그리고 지금 잇단 장애 앞에 당황하고 있다.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대기업들조차 사드보복 이후 진지하게 철수를 검토하는가 하면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 공격에 뒤늦게 대체할 업체 찾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소기업들 중에는 이미 중국을 거쳐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긴 곳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당초 중국의 값싼 인건비에 끌려 국내 생산기지를 옮겼다가 빠르게 오르는 인건비로 메리트를 잃고 다시 보따리를 싼 것이다.

그보다 국내 기업의 인식 속에 일본의 소재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가져올 위험성이 자리 잡지 못했던 것이 이번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일본의 기술이 가진 섬세함을 높이 산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혹여나 국내 기술에 대한 무시로 나타난 것은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든다.

한국이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루며 세계적으로는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국산제품에 불신을 갖던 기성세대의 인식은 그만큼 빠르게 변하지 못하는 일면도 있다. 그들이 국산제품의 발전을 가로막아 왔던 것은 아닌지 이번 일을 기화로 되돌아 볼 일이다.

최근 문제가 된 플루오린화수소(일명 불화수소)의 경우 비록 파이롯 제품이긴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 생산되는 세계 최고수준의 순도를 자랑한다는 제품보다 더 높은 순도를 보이는 국내 기술이 8년전 특허를 획득하고도 판로도 자신 없고 초기 투자비용도 부담이 돼 묻어뒀다는 지방 중소기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제품의 순도가 문제라던 한 재벌의 발언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례다.

물론 보도된 내용의 진실을 본 필자는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 국내의 중소기업들이 우수한 기술을 갖고도 상용화에 엄두를 못내는 이유 중에는 이들 중소기업의 기술을 불신하는 대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요즘 중국의 한 플루오린화수소 생산업체가 국내 기업과 접촉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는 국내 뉴스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력이 신뢰할 수 있는지는 이미 사드보복을 겪은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러시아에서도 자신들이 플루오린화수소를 판매할 수 있다고 재빨리 한국에 알렸지만 이번 러시아공군기의 독도 상공 침범사건을 변명하는 태도를 보면 제2의 일본이 되지 않으리라 확신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물론 현재 한국은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처지여서 이들 주변국들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기는 힘든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쪽으로든 지나친 의존은 위험하다.

우리 역사가 이미 우리 문제를 외국에 의존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를 충분히 보여줬다. 외교적 해결을 만능인양 요구하는 소리들이 많지만 외교가 만능은 아니다. 국제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꿔가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최종적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그보다는 국내 경쟁업체들끼리의 협력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자면 삼성반도체와 하이닉스가 능력있는 중소기업에 공동 투자해 안정적인 소재공급을 꾀하는 것이 더 장기적인 효율을 얻는 길이 아닐까.

일본 기업에 보내던 신뢰를 국내 기술로 돌려줌으로써 공급의 안정성을 높일 길은 있을 것이다. 그에 맞게 정부와 국회 또한 기업의 이런 협력을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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