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채널 다양화와 방카슈랑스
판매채널 다양화와 방카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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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최근 보험과 은행권이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놓고 밀고 밀리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3년 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이 연기됐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3년 전에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직을 겸하고 있던 이헌재 전 부총리는 “방카슈랑스 확대방안이 은행과 보험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가 현재 상황을 본다해도 그 발언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쪽이 의견을 표명하면 다른 쪽이 그에 대한 반박을 하는 식의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방카슈랑스 관련 의견 표명 소식이 나와도 으레 나왔던 얘기의 재탕이겠거니하면서 별 관심도 없는 듯하다.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이 은행에만 이득이 될 뿐, 소비자에게는 불완전 판매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은행도 보험판매의 한 채널일 뿐이다. 유독 은행의 보험상품 판매에 대해서만 걸고 넘어지는 이유가 단순히 불완전 판매의 가능성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자체적으로 은행 채널 외에 홈쇼핑이나 다이렉트 채널에 대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어 더욱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채널들은 보험사들이 좋아서 추진하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내가 주도해서 하면 '채널 확대'고, 남이 주도해서 하면 '불완전 판매 우려'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물론, 은행의 보험상품 판매가 불완전 판매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불완전 판매에 대한 가능성을 없애는 방안을 모색해야지 무조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결국 은행에 대한 열등감이나 반발심이 작용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국내 금융산업의 은행 편중화가 심한 것이 사실이고 은행에 여러 가지 특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합리적인 논의로 풀어가야지 상대방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식으로 대처해서는 실마리를 풀 수 없다.
얼마 전 보험사 방카슈랑스 관련 부서 직원이 은행 방카슈랑스 직원의 호출에,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달려나가 '술값'(?)을 계산하고 돌아왔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의 경우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직원에 대한 연민보다는 보험업계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 겉으로는 방카슈랑스를 반대해야 하지만 그 속내는 방카슈랑스를 통한 판매량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묘한 상황. 그렇기 때문에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을 더 반대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점점 더 은행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도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대형사들의 경우 설계사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기에 방카슈랑스를 탐탁치 않게 보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방카슈랑스 채널 판매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들의 경우는 또 다르다. 특히, 방카슈랑스 전문 생명보험사의 경우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라도 제 밥그릇 뺏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만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너무나 원론적인 얘기지만 상부상조, 양보의 미덕이 필요하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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