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드릴 수 없다" 2번 거부···기장 "와인공부 하려고 했다"
대한항공 "사실관계 확인 중"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한항공 소속 기장이 비행 중 술을 요구한 사건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고 CBS노컷뉴스가 18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한항공 직원 전용 내부 게시판에는 '운항승무원들에게 드리는 부탁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무장으로 추정되는 A씨는 "이달 초 단거리비행 1등석(First class) 근무를 했던 팀원이 실제 겪었던 일"이라며 기장의 술 요구 사례를 폭로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책임기장 B씨는 조종실로 들어가기 전 승무원들에게 "저기 있는 레드 와인을 버릴거냐"며 "꼬마 물병에 담아 달라"고 요구했다. 갤리(작업 공간) 담당 승무원과 함께 이 말을 들은 승객 담당 승무원은 기장에게 "이 구간은 꼬마 물병이 실리지도 않을 뿐더러 저희가 술을 드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해당 승무원은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불거졌던 기장의 주류 요구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기장에게 바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A씨는 설명했다.
승무원이 '술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음에도 기장은 "꼬마 물병이 없으면 큰 물병을 비우고 거기에 따라줘도 되는데..."라며 재차 요구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에 승무원이 별다른 반응이 없자 기장은 그제서야 "불편하시면 안 해줘도 된다"며 "와인 공부하려고 부탁했다"고 말했다는 게 이 글의 내용이다.
해당 승무원은 함께 탑승했던 사무장에게는 이 일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이 승무원은 미보고 이유에 대해 "기장이 저희에게 술을 달라고 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또 지난번 암스테르담 비행 때처럼 그냥 별 뜻 없는 '농담이다'라고 주장하면 객실(직원)만 XX취급을 받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사무장님이 이 상황을 알게 된 후 운항 승무원과 혹시 모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게 돼 '안전운항에 저해요소'로 낙인찍히게 되는 피해를 또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보고를 안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주류를 요구한 기장은 단순 '구두경고'에 그치고, 문제를 보고했던 사무장만 '강등' 시킨 지난 암스테르담 사건 처리 결과를 미루어 봤을 때 회사의 인사 불이익 조치가 우려돼 아예 문제제기를 안했다는 취지로 보여진다. 현재 이 글은 '준수사항 위반'이라는 이유로 운영자에 의해 삭제 조치됐다. 내부 문제제기를 회사 측에서 뭉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게시글 삭제 이유를 포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