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화폐 첫 여성 인물 '신사임당'?
고액권 화폐 첫 여성 인물 '신사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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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현모양처'를?...시대착오적" 반대
한은 내정說속 최종 선정까지 진통 예고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고액권(5만 원, 10만 원) 화폐 인물로 신사임당이 최종 후보 중 한 명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여성이 화폐 인물로 등장하는 첫 사례가 된다. 그러나, 반대목소리가 높다. 다름아닌 여성계에서 반대하고 있다. 왜일까?

여성이 화폐 초상으로 사용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유교적 가부장제에서 '현모양처'를 상징하는 신사임당은 변화된 시대의 여성상에 부합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 여성계의 반대 이유다. 이에, 화폐 도안인물을 최종 확정하기 까지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다른 여성인물로 대체될지,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여성인물이 배제될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여성문화집단인 '문화미래 이프'(www.onlineif.com. 대표 엄을순)는 2일 성명을 통해 "신사임당은 개인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부계 혈통을 성공적으로 계승한 현모양처로 지지되고 있다"며 "신사임당이 새 화폐 여성 초상인물로 선정되는 것에 반대하며 서명운동 등을 통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이 2일 보도했다.
이에, 화폐인물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프'는 현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오는 5일 저녁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여성전용파티-피도 눈물도 없는 밤'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2009년 발행될 고액권의 초상 인물로 막판까지 거론됐던 여성 인물은 유권순과 신사임당. 이중 유관순은 배제되고 신사임당이 김구와 함께 최종 후보 2명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프는 성명에서 "단순히 여성 한 명을 화폐에 넣는 것이 의의가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여성이냐가 중요하다"면서 "부계혈통의 순응적 계승자가 아니라 주체적인 개인이고자 하는 현대 여성들을 격려하고 긍정적 역할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여성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적 흐름이 이런데 현모양처를 부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고.

이프는 또 "유교가 한국의 철학과 사상을 대표할 수는 없는데 한국의 화폐에는 이미 이황, 이이 등 유교적 인물이 지배적"이라면서 "다시 신사임당이 선정된다는 것은 유교적 패권주의라고 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이프는 신사임당 대안으로 후보로 올랐다가 배제된 유관순 열사와 함께, 주몽과 더불어 고구려를 세운 소서노, 신라의 선덕여왕, 조선시대 여류문인인 허난설헌, 제주 출신의 여성 거상인 김만덕,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 등 10명의 후보군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반 국민을 상대로 광범위한 여론수렴 작업을 벌인 뒤 인물을 최종 선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광개토대왕 등 후보군에서 빠져 있는 인물이 인터넷상에서 1위로 부각되면서 후보군 자체가 잘못 선정된 것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신문은 "여론수렴 과정이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며 "일부 네티즌들은 한은이 내부적으로 김구와 신사임당을 정해 놓고 결국 나머지는 들러리 세운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유관순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자 유관순열사 기념 사업회 등 관련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한국은행이 화폐도안자문위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시간을 충분히 갖고 공개적인 방식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여성계의 의견을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은 당초 10월초 새 고액권 화폐 인물을 선정해 연말까지 정부와 금융통화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계획이었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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