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비즈] 신학철號 LG화학, 닻 올리자마자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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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물질 측정 조작·1분기 실적부진, ESS 화재 '삼중고'
신학철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화학)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취임 첫 해부터 대형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신 부회장은 1947년 창립된 LG화학의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이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외부영입 1호로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내정자 신분이었던 신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되면서 기존 사업 체제를 재편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취임 한 달 만에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 논란에 따른 기업 윤리 문제와 1분기 실적 부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이 맞물려 신 부회장의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신 부회장의 출발은 의욕적이었다.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첨단소재사업본부에는 기존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 및 재료사업부문, 석유화학사업본부 내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사업부를 통합시켰다. 기존 제품 중심 조직을 미래 관점에서 '자동차소재', 'IT소재', '산업소재'의 3개 사업부로 재편했다. 사업 체제 재편은 신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LG화학의 키를 잡은 후 보인 첫 경영 행보다. 

자동차소재 사업부는 자동차 관련 고강도 경량화 소재 사업에 집중하고, IT소재 사업부는 디스플레이 소재 시장을 선점하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 산업소재의 경우 고성장이 예상되는 양극재를 비롯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산업용 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큰그림을 그렸다. 

조직 개편 후에는 전세계 화학기업 최초로 '그린본드'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린본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국제채권으로, 발행대금 용도가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분야 투자에만 한정되는 채권이다. LG화학이 발행한 그린본드 규모는 총 15억6000만달러(약 1조7800억원)로, LG화학은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 투자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소재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굴뚝산업'의 대명사인 화학기업이 그린본드를 발행했다는 사실은 LG화학이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사업 방향과는 달리 최근 LG화학이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조작한 사실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지난 17일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여수 산업단지 지역 다수의 기업들이 4곳의 측정업체와 공모해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인 것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35곳의 사업장에 대해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 물질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도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사업장은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을 비롯해 한화케미칼 여수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이다. 미세먼지 문제에 나라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사업장과 측정업체들은 오히려 국민을 속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던 셈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를 비롯한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등 여타 기업들에 비해 친환경 기업 행보를 강화해왔기 때문에 논란은 더 컸다. 

신 부회장은 환경부 발표 직후 공식 사과문을 통해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이번 사태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신 부회장은 염화비닐 배출 주범인 폴리염화비닐(PVC) 페이스트(Paste) 생산라인을 영구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강력 조치에 나섰다. 

현재 영산강유역환경청은 4곳의 측정업체와 6곳의 배출업체를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송치한 상태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신 부회장의 빠른 대처와는 별도로 미세먼지 배출 조작에 따른 신뢰도 하락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1분기 실적과 ESS 화재 사고 등도 신 부회장이 넘어야할 산이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6조6391억원의 매출과 27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8%나 급감했다. 실적 부진의 배경은 전지부문의 적자 때문이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39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전지부문에서 14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G화학은 ESS 화재 여파로 1분기 12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회계 처리했다. 가동 손실 보상과 관련된 충당금이 800억원, 매출중단에 따른 손실이 400억원 정도다. LG화학은 지난 24일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ESS 화재에 따른 손실 예상 금액에 대해 "전지업체와 사업주, 건물주,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이 손실분담에 대한 얘기들을 시차를 두고 할 가능성 있다"면서 "아직은 그런 상황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ESS 화재 조사위원회는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 중에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 내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상 첫 외부인사로서 LG화학을 이끌어갈 신 부회장이 현재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묘수를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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