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재개된 미국 건강보험 갈등의 핵
[홍승희 칼럼] 재개된 미국 건강보험 갈등의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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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전임 대통령이 오바마가 역점을 두었던 '전국민건강보험법(ACA·일명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미 법무부는 지난 25일 미국 뉴올리언스 연방 항소법원에 오바마케어의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주장이 담긴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자료는 지난해 12월 텍사스 포트워스 연방법원의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헌 판결 후 이뤄진 민주당이 제기한 항소심 과정에서 미 연방 정부가 제출한 공식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반발에 부딪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워지자 트럼프는 최근 몇몇 공화당 의원들에게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법안 마련을 압박하고 있다는 뉴스도 들린다. 특검에 의해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으로부터 벗어나게는 됐으나 그로 인해 지지율을 올리지는 못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 오바마케어 폐지를 중요한 정책 이슈로 다시 떠올린 듯하다.

이 문제는 당연히 내년 미국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는 ‘공화당을 헬스케어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하고 민주당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만 저소득 미국인들의 건강보험을 앗아가려 한다”는 비판이다.

이런 중앙 정계의 갈등은 지방정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고 그 틈에 미 연방법원이 자리하며 어지러운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이 장악한 17개 주 정부는 오바마케어 유지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편 미 연방법원은 27일 연방정부가 승인한 켄터키 주와 아칸소 주의 건강보험 수혜자 축소를 담은 건강보험 개정안에 대해 연방 법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효력 정지 명령을 내렸다. "수혜자 축소로 본래 제도 취지에 어긋나" 위법하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재판부는 "이 프로그램이 계속 시행되면서 발생할 피해자를 생각해 이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또 "연방 정부가 이 프로그램 승인에 있어 수혜자 축소 등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 승인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도 밝혔다.

그런데 최근 국내 한 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미국에서 건강보험 미가입 아동 수가 10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미국에서 나타난 이런 이례적 현상은 트럼프 행정부의 오바마케어 폐지 시도, 이민자의 영주권 취득을 위한 공공의료복지혜택 포기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환자보호, 부담적정보험법을 실질적으로 무효화시키기 위해 공공의료보험인 Medicaid의 보장을 축소하고 연방 기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아동건강보험프로그램인 CHIP(Children’s Health Insurance Program)의 기금 승인을 지연시키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무보험 아동 증가를 유발하는 중이다.

오랫동안 공적 건강보험이 위축됐던 미국에서는 결국 사적 건강보험이 크게 성장했지만 불행하게도 그 비용부담이 너무 커서 웬만한 미국 중산층들조차 온전한 건강보험을 들기에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특히 안과와 치과 등 일부 과목의 경우 건강보험료 부담이 월등히 커서 이를 제외한 보험만 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미국에서 공공 의료 부문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카가 근래 몇 년 만에 귀국해서는 안과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미국에서 자신의 보험으로는 안과 치료를 받을 수 없어서 국내 온 김에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비싼 보험료를 내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비보험 진료를 받는 게 싸게 먹힌다고 한다.

미국 국민들이 스스로 그런 불편과 부담 속에 사는 동안 미국의 보험시장은 충분한 호황을 누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보험사들의 수호자가 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매우 친기업적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트럼프의 반(反)오바마케어 정책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한다.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마땅한 법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권자들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것은 내년 대선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같은 경우 지난해 12월의 중간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이 오바마케어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트럼프 대 오바마케어의 핵심은 효율성이냐 사람 우선이냐는 문제다. 이런 논란은 과연 미국 만의 문제일까. 우리 정치권의 많은 논란 역시 그와 같은 선상에 있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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