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에 뿔난 삼성전자 주주들···미세먼지 속 1시간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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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밖에 대우 못하냐" 거센 항의···김기남 부회장 "불편 끼쳐드려 죄송"
신임 사외이사에 김한조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안규리교수·박재완 교수 재선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주주총회 입장을 위해 주주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사진=윤은식 기자)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주주총회 입장을 위해 주주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윤은식 기자)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주주총회가 영화제입니까. 주주들을 이렇게 대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50기 정기주주총회는 삼성전자의 주총 준비 미흡을 질책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오전 9시 주총이 시작됐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많은 주주가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주주는 "8시 30분에 와서 이제서야(9시30분께) 입장할 수 있었다"면서 "미세먼지가 많은데 이걸 다 마시면서 기다렸다. 세계 최고 기업이 주주 대우를 이렇게밖에 못하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해 소액주주가 크게 늘면서 이날 주총에는 지난해 참여 주주 400여 명에 두 배 이상인 15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삼성전자 측은 파악했다.

주총 의장을 맡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주들 항의에 "지난해보다 많은 주주가 올 수 있도록 교통 등 편의를 마련했지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 내년에는 더욱 좋은 시설에서 주주들은 모시겠다"고 사과했다.

삼성전자 주총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안) 등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산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등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의 후임으로 김한조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재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다만 일부 소액 주주는 박재완 사외이사 내정자와 안규리 사외이사 내정자 선임 안건을 두고 자격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소액주주는 박 내정자에 대해 "박재완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소속인데 영업보고서를 보니 박재완 사외이사가 자신을 추천했다. 셀프추천이 아니냐"며 지적했고, 이에 대해 김종훈 사추위 위원장은 "박재완 사외이사 내정자는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고 추천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안규리 내정자에 대해서는 반도체 사업이 주력인 삼성전자에 의료인이 적합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매년 삼성전자 주총을 참석했다고 소개한 소액주주는 "반도체 사업이 주력인 삼성전자에 반도체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람을 사외이사에 앉히는 것은 삼성전자와 맞지 않는다"며 "약력만 공개하면 되는 것이냐. 삼성전자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직접 나와 설명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질문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중요성이 커지는 환경과 안전, 보건 등에 도움을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이 끝난 후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을 통해 장소 협소 등 불편을 겪은 주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늘어난 주주님들 수를 고려해 주주총회자 좌석을 두 배로 늘렸으나 주주님들의 관심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며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장소와 운영방식 등 모든 면에서 보다 철저히 준비해 주주님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항소심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신성장동력 확보에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이어 올해 주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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