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경영권·FI협상' 두토끼 잡을까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경영권·FI협상' 두토끼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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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의지 재확인···'가격협상' 관건
"중재 재판 대비 위한 사전 포석" 분석도
(사진=교보생명)
(사진=교보생명)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투자금 회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경영권은 최대한 방어하는 협상안이어서 FI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이 경영권 방어와 FI협상,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FI들에게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 제3자 매각, 기업공개(IPO) 후 차익보전 등 3가지 타협안을 제시했다. IPO추진에 차질이 생기자 신 회장이 협상 타결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첫번째 타협안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이 SPC가 FI들의 지분 600만주(29.34%)를 담보로 ABS를 발행하는 내용이다. FI들은 SPC에 채권을 넘기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SPC는 채권 투자자들에게 주식 배당으로 이자를 지급한다.

두번째인 제3자 매각은 현재 FI들을 대신할 투자자를 끌어들여 이들의 물량을 받아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ABS 발행과 매각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첫번째 타협안과 같이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타협안은 예정대로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FI들이 원하는 금액에 공모가가 미치지 못할 경우 신 회장이 사재로 차익을 메워주는 안이다.

신 회장이 제시한 3가지 협상안은 모두 신 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은 매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방안들이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과 FI의 교보생명 지분을 합쳐 신한·우리·KB·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 주식과 교환하는 '공동매각설'도 거론됐지만 현재 신 회장이 제시하는 협상안에서는 빠진 상태다.

이는 신 회장이 경영권을 넘길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임원회의에 참석해 "그동안 창립 정신을 계승하고 이해관계자와의 공동 발전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최선을 다해왔다"며 "현재 추진 중인 IPO의 장애 요인을 제거하고 FI들과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협상의 문은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 의지만큼 협상이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가지 협상안도 FI를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SPC 설립을 통한 ABS 발행은 채권가격, 금리, 만기 등에서 신 회장과 FI들의 담판이 필요하다. 제3자 매각 역시 2조원대의 물량을 받아줄 만한 투자자를 확보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교보생명 입장에선 가장 바람직한 마지막 협상안도 FI들에 얼만큼의 차익을 보장할 것인지, 그리고 상장할 경우 공모가가 얼마로 책정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FI들이 요구한 풋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으로 금액은 총 2조원에 달한다. IPO를 추진 중인 교보생명의 예상주가 수준은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 수준)로 공모가를 추산하면 2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회장이 FI들이 납득할 만한 투자 회수 방안을 제시하면 막판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신 회장의 경영권이 빠진 세가지 협상안은 FI들과 막판 협상하기엔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결국 신 회장의 새 협상안도 FI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와 함께 중재재판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앞서 FI들은 교보생명에 손해배상을 위한 중재 신청 방침을 통보했다. 신 회장은 FI들을 만나 중재 신청을 당분간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재 결과는 법원 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닌다. 중재에서 승리하면 FI들은 신 회장 지분을 압류해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다.

일각에선 신 회장이 협상안을 제시한 것은 중재재판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I를 만나고, IPO를 진행하는 의도가 FI 자금회수 보다는 재판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재재판을 대비해 FI와 협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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