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불편했던 도쿄 전철
[홍승희 칼럼] 불편했던 도쿄 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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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적 일정으로 34일의 도쿄 여행을 했다. 40년 만에 가 본 도쿄의 첫 인상은 그간 꽤 후줄근해졌다는 것이었다. 거리에서 보는 시민들은 생기가 줄었고 건물은 낡은 상태에서 개선이 뒤로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최근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만 보았을 때의 예상과는 꽤 달랐다.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자랑이 있었지만 현지에서 들은 얘기는 또 좀 달랐다.

일단 높아진 취업률의 비밀이 그간 아르바이트로 메꾸던 직종들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서 통계상 취업률은 높아졌다. 하지만 노동의 질이나 노동자들의 복지가 개선된 것은 아니어서 단순한 눈속임일 뿐이라는 제법 날카로운 비판도 들었다.

물론 취업률이 높아진 또 다른 원인도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2년 전 도쿄대 출신의 한 대기업 엘리트 사원이 연일 이어지는 야근에 지쳐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고나서 야근을 금지하는 노동법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그로 인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부수적 효과를 거둔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런 일본의 노동환경의 변화는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컸지만 그보다 개인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했던 일본 전철 시스템의 난맥상이 더 인상적이었다. 과거 도쿄 전철을 이용하면서 상당히 친절한 시스템이라고 여겼던 인상은 이번 여행으로 사라져 버렸다.

일본 국철이 도쿄 지하철의 근간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골격에서 이어지는 지선들은 모두 민영화된 도쿄 지하철 시스템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환승 구간마다 새로 결제를 해나가야 해서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환승 구간 가운데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 다시 지하로 내려가야만 하는 곳도 있었다.

억지로 환승구간을 만들었지만 연결이 매끄럽질 못하다보니 지하철로 연결되는 출입구를 제대로 찾아가지 않으면 다시 지상으로 올라갔다 다른 출입구를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평소 서울의 몇몇 군데 환승구간 설계를 왜 그 모양으로 했느냐고 불평하던 소리를 더는 내기 어려울 듯했다.

이런 난맥상의 원인은 대다수 전철 노선이 민영화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교통요금도 상당히 올라갔을 것이다. 가뜩이나 교통요금이 비싼 도쿄에서 그나마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싸게 이용하는 전철 요금이 민영화로 인해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서 전철 신규 구간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라는 데 일행들이 함께 동의했다. 민영화가 결국 대다수 시민들의 불편과 부당한 요금 인상을 감수하게 하는 길이라는 공감을 하게 만든 것이다.

실상 서울의 9호선 전철이 민영화되면서 그 구간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때도 평소 이용할 일 없는 필자로서는 별로 실감하지 못했던 일이다. 도쿄 여행을 통해 경험해보니 앞으로 이런 전철 민영화 사업은 아무래도 지지하기 어렵겠다는 뚜렷한 입장이 생겨버렸다.

물론 민영화 노선은 아니지만 나리타 공항까지 연결되는 고속 전철에서 직원들의 고의적인 괴롭힘-아마도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심술부리기-을 당하면서 그런 문제는 일본 노동자들 속에 숨어있는 극우세력들의 횡포인가 싶기도 했다. 스카이 트레인의 직원들이 작정하고 골탕먹이려 들었던 그 사건은 결국 필자가 먼저 나서서 CCTV를 보자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해결되기는 했다. 아무리 상황 설명을 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직접 해당 직원을 찾아내라는 말만 반복하던 다른 직원이 CCTV를 보자는 요구 한마디에 갑자기 태세전환을 하며 어서 들어가라고 서둘러 공항 안으로 밀어 넣었던 것이다.

이런 행패는 아마도 민영화냐, 국영화 혹은 공영화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벌어지는 일일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화가 초래할 문제들은 일단 가격 상승과 연계 상의 불편함 등으로 시민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코 민영화에 동의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일본이 근 30년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과거의 친절한 일본인 이미지가 상당히 사라지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지만 최근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국내 보도에도 불구하고 도쿄에서 본 시민들은 소비를 늘리지도 못하고 어깨를 움츠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인상 또한 받았다. 그런 일본을 모델 삼아 실패한 민영화의 사례까지 따라가기 할 일은 결코 아님을 이번 짧은 여행 기간에 확인하고 확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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