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3연임 당시와 판박이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3연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금감원 은행 담당 임원이 하나금융그룹 사외이사를 만나 면담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금감원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에도 제동을 걸었던 만큼 금융권에서는 금감원과 하나금융 간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함 행장의) 법률 리스크를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감독당국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법률적 리스크를 잘 체크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은행장 후보자 선정과 관련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3명을 시내 모처로 불러 26일 면담했다. 금감원에선 은행 담당 부원장보, 일반은행검사국장, 금융그룹감독실장이 참석했고 하나금융 쪽에선 윤성복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3명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면담에서 금감원 측은 윤 원장과 마찬가지로 "하나은행 경영진의 법률 리스크가 은행의 경영 안정성 및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함 행장이 유죄로 결론날 경우 경영 상황이나 지배구조에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현재 지주사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행장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장 후보가 2명으로 압축됐으며, 여기에 함 행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추위는 28일께 최종 후보군 2명을 선정할 예정이며, 최종 하나은행장 후보는 3월22일 예정된 하나금융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의 '우려' 표명은 함 행장의 3연임에 대한 사실상 반대 의견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장 선임에 금융감독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경영 리스크 우려로 애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지난해에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초 하나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자 아직 채용비리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회장 선임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관치금융 공방을 벌이며 김 회장의 3연임을 강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되레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중도 낙마했다. 하나금융과 금감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금감원 측은 "2015년 이후 주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이슈 등과 관련해 사외이사 면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며 "지배구조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 제기는 관치 문제가 아니라 감독당국의 기본 소임"이라고 반박했다.
하나금융 측은 말을 아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함 행장의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거론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며 "CEO 유고 시에도 경영 공백이 없도록 승계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어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바는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