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광고로 엿본 대형은행 전략
TV광고로 엿본 대형은행 전략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2.1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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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네트워크-안정감에 초점
사활을 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은행 시장은 그만큼 고객 쟁탈전이 심각한 수준이다. 연말 들어서면서 좀 수그러들었지만 상대 은행의 고객을 빼앗기 위한 출혈경쟁은 올해 어느 때보다 심했다고 할 수 있다. 신용카드나 주택담보 대출 부문이 주 전쟁터였다.

은행들의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많지만 텔레비전 광고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는 이미지 시대인 만큼 고객들의 눈과 귀를 통해 자행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게다가 들인 비용보다 몇 배에 달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공중파 텔레비전 광고에 많은 돈을 들이면서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 국민은행, ‘세계적’ 이미지 강조

일단 올해 전산 통합과 함께 로고를 완전 갈아치운 국민은행의 광고가 가장 눈에 띈다. 세계적인 규모(60위권, 자산 200조(약 1600억 달러))를 맘껏 자랑하며 ‘세계 금융의 별’이 되겠다는 포부를 ‘국민’들에게 밝히고 있다. 로고 및 간판 색상도 국내에선 첫 시도되는 것이라 매우 인상적이다.

2,400만명의 고객들이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이 세계적인 규모와 또 세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국내 기업 CEO 중 30%가 넘는 인사들이 주거래 은행으로 삼는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등 일부 은행을 제외한 국내 시중은행 대부분이 국내 영업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다소 허황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세계적인 규모와 시스템(사실 두 부문 모두 현재 진행형이지 완결판은 아니다)을 갖추었다 해도 국내 영업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물안 ‘왕’ 개구리 신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은 물론 대주주인 ING 등과 협력해 유럽 시장이나 북미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방법은 중소형 금융기관의 지분 인수나 전략적 제휴 등이 될 것이다. 국민은행은 동아시아 시장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70%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국민은행을 선택한 것은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는 소매 은행이였다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이들이 ‘국민은행의 세계화’를 어디까지 용납할지는 의심스럽다. 따라서 해외 진출을 통해 말 그대로 ‘세계 금융의 별’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 신한지주, 네트워크 내실화 관건

최근 조흥은행 인수를 놓고 제일은행의 뉴브리지 캐피탈-서버러스 컨소시엄과 경쟁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회사의 TV 광고도 압권이다. 푸른 산하를 은행을 비롯한 증권, 보험 등을 심볼화한 애드벌룬이 자유롭게 비행하는 내용이다. 즉, 지주회사의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에게 자연의 본성인 자연스러움, 편안함 등을 주겠다는 의도인 듯 싶다.

외형보다는 내실을 주시하고 타이트한 조직력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신한은행의 이미지를 감안할때 그 효과는 충분하다고 보인다. 신한은행은 지난 1,2차 은행 구조조정 당시 그 많던 위 아래에서의 합병 압력을 지방은행인 제주은행을 인수하는 것으로 극복했다. 이번에는 이를 넘어 증권사 대형화에 이은 은행 대형화까지 시도하고 있다.

반면 광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형적인 잘난 체 보다는 차분하고 조금씩, 한 단계씩 절차를 밟아 나가는 신한지주 스타일이 독과점화된 시장에서 승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은행이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시장 구조에서 자칫 조흥은행 인수 실패에 따라 대형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내실 경영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과점화된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같이 독과점 규모를 이루던가 1위 회사가 먹다 버린 시장에서 기생하는 방법 밖에 없다.

▶ 우리금융-하나, 안정감 중시

이 밖에 우리금융의 경우 주축인 우리은행이 상업과 한일의 합병 이후 성과가 거의 없었던 한빛은행 이미지를 탈피하고자는 노력이 역력하다. 결혼식이나 ‘우리’ 집을 소재로 우리금융에 대한 ‘사랑’을 ‘강요’하고 있다. 그 동안의 산고를 벗어나 내년 이후 국내 2위 은행의 위상을 정립할지 주목된다.

서울은행과 합병을 통해 일단 대형화에 성공한 하나은행의 경우는 합병을 했음에도 조직이나 영업 등 모든 부분이 안정적으로 ‘하나’가 됐다는 점을 광고에서 강조하고 있다. 국민, 우리금융에 이어 규모로 3위를 이룬 하나은행은 앞으로 안정성 이미지가 고객에게 각인되면 신한이나 국민은행처럼 자회사간 금융 네트워크의 우수성을 강조하거나 세계적인 이미지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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