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수'에만 혜택주는 건강관리형 보험···의료법 규제에 갇혀
'걸음 수'에만 혜택주는 건강관리형 보험···의료법 규제에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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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건강관리보험 규제완화에도 반쪽 정책 '우려'
보험업계 "의료법 저촉 여부 법령해석 없으면 무용지물"
복지부 법령해석위, 의료기관 눈치에 수개월째 묵묵부답
(사진=한국건강증진개발원 홈페이지)
(사진=한국건강증진개발원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보험고객이 자신의 건강을 증진하는 행위를 입증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건강관리형(건강증진형) 보험'을 활성화해 국민 건강도 챙기고 보험료도 절감하는 일거양득을 노린다는 복안이지만 이게 금융당국 규제완화 만으로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

의료법의 엄격한 해석이 풀리지 않는 한 건강정보 중 기껏해야 고객의 '걸음 수' 만 근거해 보험 절감혜택을 제공하는 등 '절름발이' 건강관리형 보험이 우려된다.  

18일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 벽을 낮춰 상품 판매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을 목표로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활성화 가이드라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관리형(헬스케어) 보험은 보험 가입자의 건강관리 노력과 성과에 따라 모바일 상품권, 보험료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상품을 말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17년 11월, 금융감독원·보험업계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발표 후에도 보험사들의 건강관리형 보험 상품은 흥행하지 못했다. 보험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의 상한이 너무 낮아 건강관리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건강관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고가의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는 보험업법의 관련 규정을 완화키로 했다. 현행 보험업법 98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보험가입 최초 1년간 낸 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을 넘는 '특별이익'을 줄 수 없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리워드나 포인트를 제공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강기기 단가를 3만원 이하로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상품 개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계된 상품에 한해 인센티브 상한선을 없애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업법에 명시하고 있는 특별이익제공 금지는 명확하다"면서도 "통계적으로 위험경감 요인이 있으면 보험료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입자가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해서 위험 발생 가능성을 낮췄기 때문에 보험료 할인이나 그 외 혜택을 특별이익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상 3만원의 상한선을 풀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금융위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보험사들의 표정은 뜨뜻미지근 하다. 규제의 또다른 장벽인 복지부의 법령해석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가 발표한 가이드라인 제5조에도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강 관련 서비스 제공은 의료법 등 현행 법령상 허용된 범위에만 제한돼 있다. 의료행위 권한이 없는 보험사에게 규제는 여전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건강관리형 보험상품이 활용하는 건강 관련 정보는 사실상 '걸음 수'가 전부다. 일부 상품이 가입자 스스로 자신의 혈당 수치나 건강검진 여부 등을 입력하도록 권장하지만 간수치, 혈당 심박수, 체질량지수(BMI) 등 다양한 건강정보를 활용한 상품은 아직 없다.

때문에 보험업계는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 산하 '민관합동 법령해석위원회(이하 법령해석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복지부는 양 협회의 회신을 담아 매뉴얼 형태로 발표를 계획했으나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손보협회의 질의는 △보험사나 헬스케어 서비스업체가 고객으로부터 건강상태나 질병유무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는 행위 △고객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달성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달성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행위 등 매우 기본적이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서비스들이 중심이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복지부의 법령해석이 늦어지는 건 의료계 눈치보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보험업계는 오는 3월 중에는 관련 답변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이 개정돼도 건강 관련 서비스는 '모든 의료행위 내에서' 라는 전제가 있다"며 "복지부의 법령해석이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는 한 한계는 분명하다. 의료행위 여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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