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첫발 뗀 '광주형 일자리', '실험' 넘어 본궤도 오르려면?
[초점] 첫발 뗀 '광주형 일자리', '실험' 넘어 본궤도 오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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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한국형 일자리' 모델 지향
현대차 노조 반발·임단협 유예 등 부담···지속·확산성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뒷줄 왼쪽 네 번째)이 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서예진 기자] 31일 현대자동차가 광주광역시 주도로 추진되는 신규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에 주주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시동이 걸렸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2월 말까지 광주형 일자리를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역상생 일자리 모델로 만들어 상반기 내에 2∼3개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광주형 일자리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 노사가 함께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을 하려면 예산이나 세제 등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검토중"이라면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를 2월 말까지 지역상생 일자리모델로 일반모델화해서 지자체에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가 단순한 실험 차원을 넘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다른 지자체로 확산시키려는 정부의 구상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광주형 일자리는 1999년 독일의 폭스바겐을 모델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적정임금을 제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폭스바겐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는 대신 노동자들의 임금을 20% 삭감한 공장을 만들어 고용을 유지했다. 이를 민선 6기 윤장현 광주시장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최종 협상 결과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주 44시간을 일하고 평균 3500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국내 다른 완성차 공장 노동자 평균 연봉(9213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이다. 

하지만 새 공장은 정규직 1000명을 고용한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만1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자의 임금은 줄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임금을 양보한 노동자들을 위해 정부와 광주시는 '사회적 임금'으로 볼 수 있는 공동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노동자들을 위해 공장 인근에 주택 1100호를 건설하고 직장어린이집을 만들어 운영비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공장이 들어설 빛그린산단에 노사상생지원센터와 복합체육관을 건립하는 비용은 이미 올해 예산에 포함됐다. 

이같이 광주형 일자리는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넘어 '고임금 저효율' 문제가 제기되던 국내 자동차 생산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국내 투자를 꺼리던 대기업들이 광주형 일자리가 정착되면 국내 투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기대처럼 광주형 일자리가 국내 고용을 늘리고 지역경제 발전을 이끌 '한국형 일자리 모델'로 자리매김하려면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가장 시급한 당면한 과제는 현대차 노조의 거센 반발이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타결 소식에 즉각 긴급 성명서를 내고 대정부투쟁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기아차 지부, 민주노총 등과 공동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자동차 산업 몰락과 노동자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총파업을 이어가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현대차는 생산 차질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반면 현대차가 지자체 주도 광주형 일자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음에도 노조가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 노조의 고질적인 비판점인 '고임금 저생산성'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 노조 입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KONA)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KONA) (제공=현대자동차)

또한 광주형 일자리 모델로 인한 수익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관건이다. 신설공장은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생산할 예정이다. 2002년 경차 아토스 단종 이후 현대차가 약 20년 만에 국내 경차시장에 복귀하는 셈이다. 그간 현대차는 판매 가격 대비 국내 생산 비용이 높아 경형 신차를 출시하지 못했다.

현대차가 이번 신설법인 설립에 투자하기로 한 이유도 경차 시장 복귀였다. 노동자 평균 초임 3500만원이라는 적정임금과 노사상생 생산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광주시 주도 완성차 사업에 참여할 경우, 경차 국내 생산에 경쟁력이 생긴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경차 시장은 16만 대 규모로 전체 산업수요의 약 9%(지난 5년 평균)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차 시장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 경차 시장은 2014년 18만 대가 판매된 이후 지난해에는 12만7412대로 4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경형 SUV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정대로 연간 10만 대 규모로 생산하더라도 신차 판매량은 보장할 수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SUV 인기로 인해 승용차 위주 경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광주공장에서 경형 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차 시장 외연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SUV로 신차를 개발해 승용차 중심 경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차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단협 유예 문제도 노사 갈등의 불씨로 남을 확률이 높다. 노사민정 협의체가 임금, 노동시간, 임단협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협의를 통해 다시 결정하기로 한 것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노사민정 협의체는 초기 경영안정을 위해 35만 대 목표치 달성까지는 임금인상 등이 따르는 임단협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가시적인 경영성과 창출과 같은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 유효기간 이전이라도 협의회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광주시는 35만 대 달성이 노동계의 우려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이른 시일 내에 임단협 등에 대해 노사 협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유예기간이 길어지면 노사가 갈등을 빚을 수 있다. 

35만 대 목표치도 협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부속 조항에 넣으면서 양측이 이를 두고 갈등을 빚는다면 사업이 표류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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