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구조조정 '폭풍전야'
증권업계 구조조정 '폭풍전야'
  • 임상연
  • 승인 2002.1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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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또 다시 구조조정이라는 폭풍전야에 놓였다.

그 동안 우려돼 왔던 중소형증권사의 시장 퇴출이 지난 13일 건설증권의 자진 청산 결정으로 현실화됨에 따라 구조조정의 제2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전망이다. 즉, 굿모닝-신한증권, 일은-리젠트증권으로 제1막을 장식한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생존위협에 빠진 중소형증권사의 합종연횡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소형사 합종연횡 본격화

업계관계자들은 건설증권의 자진 청산 결정이 중소형증권사의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수수료 경쟁과 온라인거래 대중화로 이들 증권사의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신규증권사와 외국계증권사들의 영업확대로 운신의 폭마저 좁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애널리스트 현재 증권업계 전체 약정중 50% 이상을 상위 6개사가 차지하고 있어 30여개의 중소형증권사들의 수익구조는 그만큼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기본 수익원이 취약해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교보 유화 메리츠 한누리 부국 한양 동부 대우 KGI 브릿지 신흥증권 등 대부분의 중소형사가 소폭의 흑자 또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이미 M&A설이 나도는 등 물밑작업이본격화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중소형사간 합병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슷한 규모의 중소형사가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도 시너지 효과는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동원 능력 및 전문화, 차별화에 대한 경영마인드가 없는 무분별한 합종연횡은 지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 주도 업계 재편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은행권의 행보에 따라 업계 재편이 추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증권사 인수 의사가 있는 은행 대부분이 잠재부실에 대한 부담이 없고 매각 비용이 덜 드는 중형증권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형증권사간 합종연횡이후 은행권의 입질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증권사 인수설이 거론되고 있거나 추진중인 곳은 국내 대표 은행인 국민은행과 지주사 작업을 마무리한 우리지주, 그리고 서울은행과의 합병이 결정된 하나은행 등이다.

올 상반기 대우증권 인수설이 나돌았던 국민은행은 이미 중형증권사 인수를 강력히 시사했으며 메리츠증권이 그 대상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우리지주도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인수를 위한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자금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은행도 자회사인 하나증권의 대형화를 위해 은행간 합병작업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쯤 증권사 인수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증권사에는 상대적으로 위탁점유율이 높고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증권사가 거론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와 관련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증권사 인수에 당장 나서지 않는 것은 합병작업 및 업무조율 등 은행 내부적인 문제와 가격 및 기대조건에 딱 맞는 증권사가 없기 때문이라며 은행들이 자산관리업무와 투자은행업무에 대한 기반 인프라가 마련되고 합종연횡으로 중형증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인수작업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해 은행들의 증권사 인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은행-재벌계 양자구도 형성

그동안 재벌계 증권사들의 텃밭으로 인식돼온 증권업계가 내년에는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은행-재벌계의 양자 구도로 바뀔 전망이다.

특히 자산관리 및 투자은행화로 대변되는 新금융 사업에서는 대규모 네트워크와 자본을 겸비한 은행들이 재벌계 증권사보다 한발 앞서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은행권의 증권시장 진입은 재벌계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증권사 한 임원은 재벌계 증권사들도 자본과 네트워크, 업무 노하우라는 삼박자를 지닌 은행들이 중형증권사를 인수, 자회사를 대형화하며 시장에 나서는 것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삼성 LG투자증권 등이 자산관리형 영업기반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도 모두 이 같은 현상을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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