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은행 전산사고, 이유는?
잇딴 은행 전산사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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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10건…월요일·월말에 사고 집중
시스템 구성 제품간 충돌문제가 가장 커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최근 은행권이 차세대 시스템을 비롯해 각종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전산사고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은행권에서 총 10건의 전산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07년 은행권 전산장애 현황     © 서울파이낸스
■전산거래, 월요일과 월말을 피해라?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07년 상반기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비현금지급수단, 즉 계좌이체나 수표·카드 등 금융전산망을 이용한 거래는 하루 평균 2,771만건에 184.4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건수는 10.4%, 금액은 6.8% 증가했다. 이렇게 급증하는 금융전산망 거래는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전산사고가 얼마나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전산장애 사고가 총 10건에 이른다는 것. 이를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기업은행(2건)이 이었다. 우리은행, 대구은행, SC 제일은행, 광주은행, HSBC 은행은 각각 1건씩을 기록했다.
주목되는 것은 월요일과 월말에 사고가 주로 집중됐다는 점이다.
전체 10건의 전산사고 중 5건이 월요일에 발생했으며, 월말에 발생한 전산사고 또한 5건에 이른다. 이는 주말 이후 월요일 혹은 월말에 금융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기상 문제 VS 기술적 문제
은행권 및 IT 업계에서 은행권의 전산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앞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월말이나 주말 뒤인 월요일에 금융거래가 단기간에 몰리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생겨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 이같은 주장은 주로 은행권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 은행에서도 전산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올해 해당 은행에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사례들은 모두 시기적으로 월말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IT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은행권에 구축된 시스템이 단순히 월요일과 월말에 거래량이 급증해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술적인 원인 분석 없이 단순한 시기상의 문제만을 들먹이는 것은 책임회피적인 요소가 너무도 강하다는 주장이다.
IT 업계에서는 은행의 시스템에 들어가는 제품들이 각각 달라 발생하는 충돌 현상 혹은 호환성 문제를 거론한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운영체제 및 서버업체와 디스크 스토리지 업체, 미들웨어 및 DB 등의 주요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이 서로 다르면서 제품 간 충돌현상을 야기 시킨다는 것이다. 광주은행의 경우처럼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뒤 일어나는 전산사고가 이러한 호환성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호환성 문제는 전산사고 발생시 각 부품의 책임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워 신속한 복구가 이뤄지지 못하는 주 원인이 되기도 한다.
SC 제일은행의 전산사고처럼 스토리지 디스크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SC 제일은행의 경우 디스크와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 오류가 생기면서, 디스크를 구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IC기판인 컨트롤러에 에러가 발생해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발생한 국민은행, 농협의 전산장애 원인도 이러한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은행권 전산장애 원인의 50%가 스토리지 디스크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은행권에서는 스토리지 부문에 테이프를 많이 사용했었지만, 최근에는 비용이 훨씬 저렴한 디스크로 많이 옮겨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디스크의 경우 고장이 잦아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잦은 은행권의 전산장애는 시스템에 들어가는 각 제품간 충돌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며 “잇따른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인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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