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물 '분석 오류' 원자력연구원···발전소 폐기물은 안전할까
방폐물 '분석 오류' 원자력연구원···발전소 폐기물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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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2600드럼만 전수 조사···연구원-한수원 분석 방식 달라"
"연구원도 간접·직접 측정 방법 모두 사용"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1986년 일본의 물리학자 다카기 진자부로는 "핵기술은 천상의 기술을 지상에서 손에 넣은 것과 같다"고 언급했다. 천체의 핵반응을 지상에서 이용한 대가는 막대한 양의 방사성폐기물이다. 열과 방사능 준위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폐기물을 나눠 처분하는 것과 함께 방사성 물질을 분류하는 '핵종분석'은 안전 관리와 직결된다.

최근 방폐물 무단 폐기로 물의를 빚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 3년간 방폐장에 처분한 중·저준위 폐기물 분석을 잘못 이행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규제기관은 방사선 측정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연구원 폐기물로 조사 범위를 한정했지만 각 원전에서 옮겨진 폐기물의 분석 오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미 처분된 모든 폐기물을 다시 검사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향후 관련 기관의 책임 떠넘기기 공방도 예상된다.

◇ 핵종분석은 방폐물 관리의 기본···"황당하다는 반응뿐"

2015년 8월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운영이 시작된 이후 폐기물 처분기관인 원자력환경공단이 인수한 중·저준위 폐기물은 총 2만2169드럼이다. 원자력연구원이 보낸 폐기물은 △2015년 800드럼 △2016년 800드럼 △2017년 1000드럼 등 총 2600드럼으로 이 중 핵종분석 재확인이 필요한 폐기물은 현재까지 945드럼으로 확인됐다. 연구원 측은 과거 이송 자료를 확인하던 중 데이터가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해 자진 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전부터 분석 오류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방폐물 무단 폐기 문제와 맞물리면서 뒤늦게 신고를 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을 위해서는 드럼 내 방사성 핵종과 방사능 농도 측정이 필요하다. '원자력법 시행규칙 제 98조'에 따라 폐기물 처분을 원하는 기관은 핵종과 농도, 방사능량, 폐기물 형태 등을 인수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이력을 전제로 규제기관은 방폐장 처분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기술로는 중·저준위 폐기물이라도 방폐장에 저장되지 못하고 각 발생지 내에 보관되는 경우도 있다. 반감기에 따라 저장 구역과 보관 기간이 달라지기도 한다. 핵종분석은 작업자 피폭 방지 등 안전 관리의 기본이다.

처분장 인수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총 16개의 방사성 물질을 종류별로 분리해 저장기간과 처리 방식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생활 쓰레기로 분류되는 카드뮴 성분이 포함된 폐전지는 전지대로, 수은이 들어간 폐형광등은 각각 다른 곳에 따로 폐기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저준위 방폐물 인도기준에 따라 전체 방사능량 95% 이상을 구성하는 핵종을 규명해야하고, 특히 세슘137, 요오드129, 코발트60 등 13개 핵종과 전알파에 대해서는 방사능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핵종마다 방출하는 방사선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콘크리트, 금속 등 차폐 물질과 두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방사선은 불안정한 원자핵이 다른 원자핵으로 변환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다. 알파선과 베타선, 감마선 등이 대표적인데 핵종이 방출하는 방사선의 종류는 원자마다 정해져있다. 우선 알파선은 피부를 투과할 수 없지만 흡입하거나 삼키면 세포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우라늄238은 알파선을 방출하고 토륨234로 변한다. 베타선도 대부분 흡입을 통해 체내로 유입된다. 대표 핵종인 삼중수소는 베타선을 내고 헬륨으로 변한다. 감마선의 경우 피부뿐만 아니라 납이나 콘크리트도 투과할 수 있으며 체내에서 생체조직을 파괴한다. 코발트60은 베타선과 감마선을 방출한 후 니켈60이 되고, 요오드131도 베타선에 이어 감마선을 방출한다. 

자료=원자력연구원·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
자료=원자력연구원·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에 따르면 연구원 폐기물 가운데 핵종분석 재확인이 필요한 상황은 △전알파·전베타 핵종분석 계측효율 보정곡선 적용 오류 284드럼 △동일그룹 드럼에 분석결과 개별 부여 439드럼 △드럼 분류 오류 87드럼 등이다. 연구원은 분석부서의 내부 품질보증 절차가 체계적으로 수립·이행되지 않았음을 오류 원인으로 지목했다. 외부전문가 검증 병행으로 핵종분석 관련 내부 품질보증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폐장에 처분되기 위해서는 원자력환경공단의 인수 검사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최종 인·허가가 필요하다. 왜 몇 년 동안 이 같은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

환경공단 관계자는 "인수검사 시 발전소 폐기물은 감마선만 측정하면 알파와 베타 핵종도 추정 가능한 비파괴검사를 진행하지만 연구원 폐기물은 완전 종류가 다르다"면서 "문제는 알파·베타 핵종을 직접 측정할 수 기술이 연구원밖에 없기 때문에 공단 입장에서는 믿고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단은 연구원이 올해 방폐장에 처분하려던 1000드럼에 대해 잠정적으로 인수를 보류한 상태다. 

원안위 관계자는 "조사 범위는 연구원이 보낸 폐기물 2600드럼과 환경공단"이라면서 "전수 조사를 진행한 후 결과에 따라 처분을 내리거나 개선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왜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냐는 질문에는 "담당이 아니라서 모르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민병주 유니스트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연구원 내부에서조차 황당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라면서 "폐기물을 보낸 기관이 수행한 분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수 기관은 철저하게 검사를 해야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 연구원에서 발생한 방폐물만 분석 오류?

경주 방폐장에 처분된 2만여 드럼 가운데 연구원에서 옮겨진 2600드럼을 제외하면 대부분 각 발전소에서 발생한 중·저준위다. 연구원 폐기물 분석에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에 발전소 폐기물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안위는 현재 연구원 폐기물에 한해서만 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연구원 폐기물의 경우 방사능 농도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해 문제가 발생했지만 한수원이 보낸 발전소 폐기물은 척도인자를 이용한 간접 측정 방식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 기관의 핵종 평가 방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조사 대상을 연구원으로 한정 짓겠다는 것.

그러나 이는 정작 연구원의 답변과 엇갈린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폐기물 이송을 위해서 직접과 간접 측정 분석 방식 두 가지 모두 사용하고 있다"면서 "처분된 2600드럼 가운데 일부는 간접 측정으로, 직접 측정이 요구된 경우는 화학 분석 등으로 평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방폐물 드럼 내 핵종과 농도 측정은 핵종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과 간접 측정하는 방법으로 구분된다. 직접 측정은 이송될 드럼을 모두 개봉해 시료 채취 후 감마선을 비롯해 검출이 까다로운 알파·베타선까지 모두 측정하는 방식이다. 연구원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발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규칙하기 때문에 직접 측정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2015년 제18회 원자력안전정보기술회의에서 발표 자료로 인용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척도인자 개발 및 운영 현황' 자료 중 일부. (자료=한수원)
2015년 제18회 원자력안전정보기술회의에서 발표 자료로 인용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척도인자 개발 및 운영 현황'. (자료=한수원)

간접 측정은 현실적으로 모든 드럼을 열어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마선만 계측기로 측정한 후 알파와 베타선은 '척도인자'를 이용해 비율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에 빗대자면 직접 측정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의사를 묻는 것과 같고, 간접 측정은 모집단에서 일부를 추출해 표본집단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선택해야만 연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듯이 척도인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료 채취와 폐기물별 분석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 전문가는 "연구원에서 척도인자를 사용해 측정하는 경우는 대부분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나온 폐기물"이라면서 "척도인자를 만드려면 핵종 데이터가 10개 이상은 있어야 하는데 2~3개를 가지고 그룹을 나눈 후 3배로 부풀렸기 때문에 결과 수치들이 조금씩 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방식이든지 알파, 베타 농도를 도출해야 하는데 간접 측정의 경우 척도인자 개발을 위해 수행한 방사능 분석이 정확한지 여부가 핵심"이라면서 "연구원이 신고한 내용에는 알파, 베타 측정 관련 오류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발전소 폐기물도 잘못 분석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료=한수원
자료=한수원

연구원은 한수원으로부터 위탁받아 발전소별 폐기물 시료 채취 후 감마선 방출 핵종 농도를 기초로 타 핵종 농도를 산출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폐기물 핵종분석을 할 수 있는 기관은 연구원이 유일하다"면서 "한수원 등 타 기관에서 용역 형식으로 분석 업무가 전달되면 연구원이 수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2015년 원자력안전기술정보회의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과 한수원 등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척도인자 개발을, 이후부터는 유효성 검증을 진행했다. 척도인자를 만들기 위해 폐기물유형 혹은 발전소별 폐기물 시료를 채취한 후 핵종분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원안위는 연구원과 한수원이 폐기물 분석에 이용한 척도인자 프로그램 등을 비교·검증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해야 한다"면서 "처음부터 조사 범위를 연구원 폐기물로만 한정짓고 접근하는 것은 규제기관으로서 보여서는 안 될 태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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