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한국의 '맛(食)과 멋(衣)', K컬처의 꿈
[김무종의 세상보기] 한국의 '맛(食)과 멋(衣)', K컬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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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 가면 눈에 띄는 것이 젊은이들이 이쁜 한복을 입고 자태를 뽐내며 여기저기서 소위 ‘인생 샷’을 찍는 모습이다. 중국, 동남아, 중동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도 꽤 보인다.

한복은 국내에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 등으로 대여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나 직접 구매하는 소비 시장은 여전히 바닥이다. 황이슬 대표가 운영하는 ‘손짱’ 같은 중소기업이 내수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은 해외 수출에 나서는 등 일부 희망적인 움직임도 있지만 전체 시장으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복의 세계화는 고사하고, 우리가 만든 옷이 대중적이라 할 정도로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삼성그룹에서 ‘옷’을 책임지고 있는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물러나 뒷말이 많다. 실적 부진설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서현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생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모으며 퇴진에 대해 온갖 관측이 제기됐다.

이서현 사장은 중국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은 모두 철수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미 해외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 중국 현지 브랜드들도 상대해야 하는 무모한 도전이었을까.

그 결과 패션부문은 적자를 봐야 했다. 실적에 따른 인사로 정평이 난 삼성이기에 실적부진설이 근거 있다고 보는 이유다.

삼성 패션 부문은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더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에잇세컨즈는 빈폴, 구호, 르베이지 등과 함께 자체 브랜드이지만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조차 경쟁력을 인정 받지 못한 브랜드가 중국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패션 사업은 국내에서 판권(해외) 브랜드들이 판을 치는 지경 아닌가.

눈을 돌려 이번에는 범 삼성가(家)인 CJ그룹을 보자. CJ는 외식사업을 하는 계열사 CJ푸드빌을 통해 한식세계화를 내세웠지만 수년 째 적자를 지속하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동남아에 이어 중국에서도 사업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CJ제일제당을 통해 HMR(간편식) 등의 가공식품을 통해 전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한식세계화를 추진 중이다. ‘레스토랑’ 비즈니스의 실패를 비비고 등 브랜드를 앞세워 ‘가공식품’에서 만회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과거와 같이 그룹 차원의 외식(레스토랑)과 내식(가공식품)을 망라한 한식세계화 투자 의지는 CJ푸드빌의 지속되는 적자에 절름발이가 된지 오래다.

두 사례를 보면 우리의 ‘맛’과 ‘멋’을 산업화해 해외에 확산하는 글로벌 전략 실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비단 삼성과 CJ 뿐만이 아니다. 롯데를 비롯해 중국에서 매장을 철수 내지 축소한 사례는 외식·패션 뿐 아니라 식품·유통·화장품 등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소위 문화 영역의 글로벌 확산 전략이 K팝에서 K푸드·K패션 등으로 확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 사업의 글로벌화는 기회보다는 여전히 위기가 거론된다. 특히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지구력과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 능력의 부재 등은 글로벌 전략 수정을 무색케 한다.

삼성이 반도체로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 됐듯이 의식(衣食)과 같은 문화 부문에서도 전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그날을 기대해 본다. 우리라고 매출 수십조원을 내는 거대 글로벌 맛 기업 맥도날드(매출 42조원)·스타벅스(매출 15조원)와 글로벌 멋 기업 인디펙스(매출 33조원, 자라 등 브랜드)를 못 만들라는 법이 있을까. 아름다운 한복을 보면서 K컬처의 글로벌 등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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