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 매운맛 '지구촌 홀렸다'…해외매출 신기록
농심 신라면 매운맛 '지구촌 홀렸다'…해외매출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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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출·해외법인 합쳐 7억6000만달러…미국 주류시장서 전년 대비 34% 증가 
중국 소비자들이 관광지에서 신라면 용기면을 들고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농심)
중국 소비자들이 관광지에서 신라면 용기면을 들고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농심)

[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신라면의 매운맛이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았다. 글로벌 브랜드 위상을 보여줬다."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이 한국 식품업계의 '반도체'임을 입증했다. 신라면은 올 한 해 약 2억8000만달러(3168억원)에 이르는 해외매출을 기록했다. 케이푸드(K-food) 대표선수 자리를 굳힌 모양새다. 

17일 농심은 "해외사업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해외매출은 전년 대비 18% 성장한 7억6000만달러(약 8600억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7억6000만달러는 수출과 해외법인 매출을 합한 전체 해외사업 실적이며, 약 2억8000만달러가 신라면 몫이다. 

◇ 미국 주류시장 매출 아시아계시장 추월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주요 국가 유통 채널을 공략한 결과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법인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수출도 연간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특히 미국에선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데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주류시장(메인스트림) 매출이 아시아계시장을 앞질렀다. 

이런 실적의 일등공신은 신라면이다. 신라면에 대해 농심은 "국가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현지인들이 먼저 찾는 인기 브랜드가 됐다"면서 월마트와 코스트코,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선택하는 한국 식품 브랜드로 평가 받고 있다"고 짚었다. 

농심은 지난해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신라면을 공급했다. 코스트코, 크로거 등에서도 판매가 늘어났다. 미국 주류시장 매출이 전년보다 34% 늘었을 정도다. 덕분에 올해 농심의 미국사업 전체 실적도 전년보다 12% 성장한 2억2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2005년 로스앤젤레스(LA)공장을 가동하고 10여년간 서부 및 교포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혀왔다면, 지금은 동부 대도시를 비롯해 북부 알래스카, 태평양 하와이까지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구축했다. 신라면은 이제 한인 사회를 넘어 미국 소비자들이 먼저 알고 사가는 글로벌 제품 대열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내년에도 미국 시장에 힘을 쏟는다는 목표다. 12월 중 LA공장의 용기면 생산라인 증설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LA공장은 현재 봉지면 생산라인 2개와 용기면 생산라인 3개를 갖췄다. 앞으로 용기면 생산라인 1개가 늘어나면서 용기면 중심 생산체계를 완성하는 셈이다. 

미국 라면 시장은 연간 12억달러 수준이며, 용기면과 봉지면 규모가 비슷하다. 미국은 전자레인지 조리가 대중화된 탓에 용기면 시장 전망이 더 밝다. 농심은 신라면큰사발, 신라면블랙사발, 육개장사발면, 김치사발면 등을 전자레인지용으로 현지 생산·판매하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미국 라면 시장을 주물러온 일본 업체와 경쟁할 계획이다. 미국 라면 시장 1위는 일본 토요스이산으로 점유율이 46%에 이른다. 이어 닛신(30%), 농심(15%) 차례다. 농심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점유율 2%에 불과했지만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일본 업체를 따라잡는 중이다. 농심은 저가정책을 펼치는 일본 업체와 달리 신라면, 신라면블랙을 중심으로 맛과 품질을 내세운다. 

신동엽 농심 미국법인장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남미까지 농심 제품을 찾고 있다. 농심의 제품력과 체계적인 생산-유통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년 내 일본을 넘어 미국 시장 1위에 올라서는 게 목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 뉴욕의 신라면 버스광고. (사진=농심)
미국 뉴욕의 신라면 버스광고. (사진=농심)

◇ 1971년 해외시장 첫발, 식품한류 선두주자 우뚝
  
농심은 1971년 미국에 라면을 수출하며 해외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첫 해외법인 역시 1994년 미국에 설립했다. 현재는 미국 LA를 비롯해 중국의 상하이와 선양, 칭다오, 옌볜 등에서 해외공장 5곳을 가동하며,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실적이 눈에 띈다. 농심의 중국 매출은 20년 만에 40배 늘었다. 중국에서 농심은 1000여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신라면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공항이나 관광명소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급 식품 브랜드 대접을 받는다. 

2013년 신라면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오픈 마켓 타오바오에 입점했다. 올해는 인민일보 인민망으로부터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 선정됐다. 덕분에 농심의 올해 광군제 실적이 평소 하루 매출보다 10배나 많았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탓에 지난해 주춤했던 농심의 중국 매출은 23%가량 늘었다. 올해 전자상거래와 대도시 중심 판매를 늘려 2억8000만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거뒀다. 

일본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편의점 판매를 강화하면서 '신라면 데이'나 '신라면 키친카' 같은 신라면 마케팅 활동을 지속한 결과다. 일본 내 혐한기류를 극복하고 일군 결실이기도 하다.  

호주에선 한국 교민뿐 아니라 현지 시장까지 두루 공을 들여 성장세를 이어갔다.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도 대형마트와 편의점 매출이 크게 늘었다. 

동남아시아에선 신라면블랙이 인기다. 용기면인 신라면블랙사발은 지난 5월 대만 패밀리마트 3000여곳에 입점했다. 필리핀 세븐일레븐 2300여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농심은 앞으로 대만 1위 대형마트인 까르푸에서 신라면블랙사발을 선보이고, 홍콩과 베트남, 태국 등에 수출도 추진한다. 

농심은 내년 해외사업 매출 목표를 올해보다 16% 늘어난 8억8500만달러로 잡았다. 농심 관계자는 "내수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잠재력이 큰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게 식품업체들의 필수 과제이자 경쟁력"이라며, "한국의 매운맛으로 식품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신라면을 중심으로 라면한류 열풍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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