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앞·뒤 다른 GS칼텍스식 '윤리경영'
[기자수첩] 앞·뒤 다른 GS칼텍스식 '윤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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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잘못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조직과 개인을 분리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과거와 현재를 단절시키면 된다. '꼬리 자르기'식 대응은 도마뱀이 자신의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행위에서 유래됐지만 도마뱀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도박이다. 한 번 자르면 다시는 자르지 못하고 재생된 꼬리는 그전보다 훨씬 볼품없다. 인간 세계에서 통용되는 말과는 다른 셈이다. 책임 회피를 위해 꼬리를 자른다는 표현을 쓰지만 '진정한' 꼬리 자르기가 되려면 도마뱀처럼 본체에도 심각한 영향이 뒤따라야 한다. 대부분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꼬리를 대신 자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연말 본격적인 인사철을 맞아 지난주 GS그룹도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에서는 허진수 회장 후임으로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내정돼 회사를 이끌게 됐다. 오너일가 4세인 허세홍 사장은 허진수 회장 이전에 GS칼텍스 회장을 맡았던 허동수 회장의 장남이다. 30년간 GS칼텍스에 몸담았던 허진수 회장은 물러난 후 GS에너지 이사회 의장 자리를 맡는다. 

허세홍 사장이 허진수 회장의 무게감을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최근 위장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이미지 쇄신을 위해 수장을 교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촌 간 바통터치에서 다시 친척 간 교체가 이뤄진 반쪽짜리 변화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구길 대로 구겨진 GS칼텍스의 '윤리경영' 철학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허세홍 사장에게 달린 셈이다. 

GS칼텍스는 지난 2009년 11월부터 차명으로 예선(다른 선박을 끌거나 미는 배)업체인 남해선박을 운영하면서 410억원의 특혜를 제공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달 1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법인과 함께 전 생산본부장과 전 수송팀장, 예선업체 대표이사 등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자회사인 상지해운을 통해 사실상 남해선박을 직접 보유하고도 서류상으로는 임대회사인 씨케이해운과 그랑블루 등 차명회사 2곳이 주식 50%를 보유한 것처럼 둔갑시켰다.

현행법상 원유·액화가스류·발전용 석탄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은 예선업체를 보유할 수 없다. 사측은 차명으로 소유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허위 신고로 위장 자회사를 운영해왔다.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되지 않으려 회사를 숨기는 등 약 10년 동안 치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최고 경영진의 인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리 인지했다면 매번 강조했던 윤리경영은 한낱 구색 맞추기에, 만약 몰랐다면 최고 경영진의 조직 장악력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몇 년 전부터 여수·광양 지역 예인선 비상대책위원회는 GS칼텍스가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지난 7월 해경 수사 결과를 앞두고 사측은 비대위와 상생 합의를 체결했다. 그동안 문제를 제기했을 때는 일축하다가 수사기관이 언급되니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해경 조사와는 별도로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위 조사가 이뤄질지 여부와 차명회사를 이용한 오너일가 비자금 조성 의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혹은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로 끝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GS칼텍스의 이미지 실추는 국외에서도 이어졌다. GS는 SK에너지, 한진트랜스포테이션과 2005년 3월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 주둔하는 미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에 납품하는 유류 가격을 담합하다 미 법무부에 적발됐다. GS칼텍스는 민사상 손해배상금 5750만달러(약 651억원)와 함께 형사상 벌금도 납부해야 한다. 

최근 행보와는 어긋나지만 GS칼텍스는 이미 1994년부터 윤리경영의 토대를 마련해 2001년부터 자율준수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매년 2차례 이사회 위원회를 통해 윤리경영 활동 전반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은 물론 오너 경영진들이 나서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등 대외적으로 본분을 다하는 회사로 유명했다. 

여수 앞바다 등에서 불법 행위가 이미 진행되고 있을 무렵에도 GS의 윤리경영 구호는 멈추지 않았다. 2009년부터는 매달 '윤리바이러스'라는 윤리경영 웹진을 발간했고, 2016년 10월에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허진수 당시 GS칼텍스 부회장과 경영진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성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윤리경영에 실패하면 한 순간에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잃게 되고 기업의 존망이 위태롭게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책임 회피용 꼬리 자르기가 아닌 '도마뱀식 꼬리 자르기'는 잘못된 부분을 확실하게 도려내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과 같다. 사회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 몸통에 영향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부터 수차례 '윤리경영'을 앞세운 기업의 행보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후도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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