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CEO, 업적 쌓기 한계로 부동산신탁 대안?
금융지주 CEO, 업적 쌓기 한계로 부동산신탁 대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 M&A 없자 경영능력 보여주려 부동산신탁 관심
"은행계 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강화 노력도 사실"
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은행계 금융지주가 비은행강화를 위해 부동산신탁사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금융권 내 대형M&A 부재에 따른 최고경영자(CEO)의 실적 쌓기용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부동산신탁업에 최대 3개사를 추가 인가하기로 했다. 2009년 이후 10년만에 빗장이 풀린 것이다.

부동산신탁업은 토지 등을 위탁받아 개발한 뒤 발생한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주고 끌어들인 사업비의 일정부분을 수수료로 받아가는 사업이다.

금융지주사는 신탁사가 계열 은행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미 신탁사를 보유한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를 제외한 NH농협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신규수주액 기준 업계 5위인 아시아신탁의 지분 60%를 1900억여원에 인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의 실적을 쌓기 위한 용도로 부동산신탁을 인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금융지주 회장들은 실적 개선이나 대형 M&A, 숙원 사업 등을 성공하는 식으로 경영능력을 드러내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이나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에 성공했다거나 김용환 전 NH농협금융 회장이 빅배스(대규모 부실채권 정리)를 단행해 실적 개선에 성공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악화 등으로 인해 실적 개선은 커녕 오히려 전망이 불투명해진데다 시장에서는 대형 M&A 매물이 실종되면서 회장의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렇다보니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부동산신탁업 진출이라는 것이다. 금융지주 내에서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고, 명분도 '비은행강화'로 명확하다.

이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KB금융의 KB부동신신탁은 순이익이 2013년 21억원에서 2018년 3분기 누적 379억원으로 5년만에 18배 성장했고, 하나금융의 하나자산신탁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72억원에서 319억원으로 약 4.5배 늘었다.

만약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CEO에게 전달되는 충격은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지주계열 부동산신탁사의 자산이 그룹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5~0.1%에 불과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계 금융지주들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부동산신탁업 인수나 진출로는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CEO가 외부로 보여줄 수 있는 실적 쌓기를 위해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