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1위 '김구'-광개토대왕 '장외 1위', "어쩌나?"
후보 1위 '김구'-광개토대왕 '장외 1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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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고액권 도안인물 선정 난항 예고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yushin@seoulfn.com> 고액권 인물 도안의 영광스런 주인공은 누가될까? 고액권 발행 자체보다 인물도안에 대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이와관련, 한국은행이 압축한 후보중에서는 김구가, 그러나 네티즌들의 선호도에서는 후보군에 포함돼 있지 않은 광개토대왕이 더 부각되고 있다.
10명의 후보군중에서는 김구가, 장외에서는 광개토대왕이 1위를 달리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이같은 의외의 돌발상황에 한은의 입장이 난처해졌음은 물론, 인물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광개토대왕이 10명의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이 동북공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에 대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증폭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은 5만원과 10만원 고액권(2009년 상반기 발행 예정)의 인물도안 후보로 10명을 압축, 본격적인 여론수렴작업에 들어 갔다.

한국은행이 10일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 등 10명의 고액권 초상인물 후보를 선정발표하고, 한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을 상대로 의견수렴에 들어 갔다.

10명의 후보군은 여러가지를 고려한 '안배형'선정을 한 노력이 뚜렷하다.
우선, 시대적으로 통일신라시대(장보고)부터 조선 초중기(장영실 신사임당), 근현대(김구 한용운 등)에 이르는 역사적 인물들이 고루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여성도 2명(신사임당 유관순)이나 포함됐다.

독립운동가와 학자, 과학자, 장군, 여성, 예술가 등으로 분야별 대표성도 고려됐다.
특히, 기존 화폐의 인물도안이 이(李)씨 일색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온 탓인지 성(姓)의 편중서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은이 이미 최종후보를 거의 확정해 놓고, 사후에 제기될 비판을 의식해 `면피용'으로 여론검증 절차를 진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10명의 후보 가운데 절반 가량은 고액권 인물초상으로 채택하기에는 함량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만만찮아 사실상 '들러리' 후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과거 한은이 몇차례 화폐 초상인물의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1위는 항상 세종대와이었다. 김구도 상당한 지지를 얻었지만, 근현대인물이라는 점이 신비성 등의 측면에서 '핸디캡'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런 과거의 전례를 염두에 둘 때 이날 발표된 10명의 후보 가운데 김구가 고액권의 인물도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라이벌 세종대왕이 후보군에서 아예 빠졌기 때문.

때문에 김구를 제외한 또 다른 후보에 관심이 더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뚜렷하게 도드라지는 인물 없이 난형난제인 데다 여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변수로 부각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여성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여성후보는 신사임당과 유관순 2인의 단순한 각축구도.

한은과 도안자문위가 유관순을 배제했다는 점은 독립유공자로 김구의 선호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근형대인 동시에 독립유공자라는 공통점때문에 복수로 후보에 넣지 않았던 때문으로 해석된다. 결국 여성 인물이 채택된다면 유관순보다는 신사임당이 더 유력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성 후보인 신사임당은 그러나 아들인 율곡 이이가 5천원권의 인물도안으로 채택돼 있기 때문에 모자(母子)가 동시에 화폐의 인물소재로 등장하는 데 대한 거부감은 불리한 요소로 남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성계의 숙원을 풀어주는 대신 이공계의 기살리기 차원에서 장영실이 최종 선택될 가능성도 흘러 나오고 있다.
그 밖의 후보군 가운데 학자로 분류되는 인물은 기존 지폐에 학자(이이.이황)가 2명이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낙점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한용운의 경우 문학.예술인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독립운동가로도 볼 수 있어 김구가 최종 선정될 경우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인터넷 포털 다음이 실시하고 있는 '고액권 초상인물로 적절한 사람은?'이라는 주제의 투표에서 김구 선생이 40~5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정약용, 신사임당이 10%대에서 박빙의 지지로 받아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행은 후보 10명이 화폐도안 초상인물로 적절한지 평가하는 동시에 제시된 후보 이외 다른 인물을 추천하는 의견도 받고 있다. 

그런데, 의외의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7일 낮부터 한은 홈페이지를 통해 시작된 일반인 의견수렴 작업에서는 10명의 후보군에 오르지 못한 광개토대왕이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어 또 다른 변수. 광개토대왕과 함께, 단군을 왜 후보군에서 제외했느냐는 여론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7일 낮 12시 '고액권 관련 의견 게시판'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설하면서부터 홈페이지가 열띤 토론회장으로 변했다. 때문에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한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한은 왕용기 발권국장의 "의견 코너를 참고해 선호도가 높게 나오는 인물을 새로 후보군에 포함시킬 것"이라는 다짐이 발목을 잡아버렸다. 한은이 약속을 지키려면 광개토대왕을 후보군에 넣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의견 코너에 오른 추천 1위는 광개토대왕.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사업에 자극받은 네티즌들의 의견이 반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을지문덕, 양만춘 등 고구려의 장수들과 단군 왕검을 거론한 네티즌도 많다.

한은이 선정한 10명의 후보중에서는 김구가, 그러나 네티즌들의 의견은 광개토대왕이 1위를 달리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광개토대왕이냐 김구냐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자칫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화폐도안자문위입장에서 타 후보를 제외하고 광개토대왕과 김구 2인을 선정해야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왕용기 한은 발권국장은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뢰,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상대로 전화조사를 실시하고 이와 별도로 학계와 사회단체, 언론인 등 각계 전문가 150명을 대상으로 서면조사 등을 거쳐 10명의 후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접수된 의견을 화폐도안 자문위원회에서 검토해 최종 초상인물 선정과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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