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 수장의 시각, 보험권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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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은행은 2% 이자 주고 나머지로 경비를 충당한다. 그런데 보험은 경비 충당을 먼저 한다. 경비 충당 위험을 소비자에게 다 넘긴다." "은행에 익숙해져 있는 것인지 몰라도 은행은 상식적으로 하는데, 보험은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한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알 수 있게 주기적으로 수익률을 안내한다. 은행은 쉬운데, 보험사는 쉽지 않다. 그것부터 고쳐야 한다."

지난 16일 진행된 금융감독원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선 보험업권에 대한 윤석헌 원장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은행권과 비교해 보험업권의 문제가 크다는 식의 표현을 여러차례 사용했다.

업권간 비교를 통해 보험사들의 행태를 꼬집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시각의 불균형'을 넘어 '보험 홀대론'이라는 주장까지 들려온다. 윤 원장이 보험업권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금감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자칫 금융 소비자에게 "은행은 선량한데, 보험은 그렇지 않은 업권"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보험사 전체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은 업권 특성상 전통적인 푸시영업으로 보험설계사가 고객을 찾아가 보험 가입을 권유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저축성보험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이 사고발생 이후에 보험금이 정해지는 등 소비자의 불만 요인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민원도 전체 금융민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타 금융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같은 이유에서인지 윤 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은 유독 보험업권과 마찰이 많다. 물론 과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윤 원장은 취임 후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사와의 전쟁 1호'로 보험사를 지목해 대대적인 현장조사와 감리를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즉시연금 논란에서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권고를 거부한 것을 두고 앞으로는 더 큰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로 보험업을 나쁜 업권이라고 치부하는 발언은 경계해야 한다.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은 모든 금융소비자들이 주목한다. 금감원장이 앞장서 보험업권을 질타하는 모습은 금융 소비자들로 하여금 보험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은 규모면에서 은행업 못지 않은 방대한 산업이다. 세계 6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과거 기획재정부 시절(금융위원회 출범 전 보험감독원 체제) 보험업을 관장하는 조직이 보험국에서 보험과로 축소됐다. 당시 보험업계가 느꼈던 '보험 홀대론'은 아직도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다. 

윤 원장의 보험업권에 대한 잣대가 지나쳐 보이는 게 단순한 기우이길 바란다. 그럼에도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보험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단순 비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험사들의 잘못은 지적하되, 감독정책 수립이나 시행 때 보험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외면해선 안된다. 더나아가 만에 하나,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업권에 대해 부지불식간에라도 균형감각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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