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보신탕의 역사
[홍승희 칼럼] 보신탕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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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만 해도 복중(초복, 중복, 말복이 이어지는 기간)에는 특별한 종교적 이유가 없는 한 으레 보신탕을 먹어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으나 근래 보신탕의 수요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글로벌 문화를 내건 사회 풍조 탓도 있고 애완견이라는 말 대신 반려견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만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로서의 개의 위상이 높아졌고 동물보호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해진 까닭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신탕을 즐겨먹는 이들은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 보신탕 식용 금지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보신탕 문제는 식용 개 사육업자들의 이해도 걸려있지만 우리의 전통적 음식문화를 다른 문화권의 잣대로 왈가왈부 하는 데 대해 불쾌하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그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상당히 오래된 역사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유의미하게 보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우리의 고대 문화를 읽는 데 필수적인 한자를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왜 개를 식용으로 삼아왔는지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개 견()을 부수로 삼아 만든 글자에는 제사와 관련된 즉, 개를 하늘에 바치는 제물로 삼았음을 나타내는 바칠 헌()자와 같은 문자들이 있다. 기독교의 뿌리인 유대교가 양을 제물로 삼은 것처럼 동아시아에서는 개가 중요한 제물이었던 것이다.

제물은 곧 제사에 참여한 자들이 제사가 끝난 후에 반드시 먹어서 하늘과 하나과 되는 의식을 치르는 중요한 음식이다. 그러니 한 마리의 개를 많은 사람이 함께 먹기 위해 탕 요리로 발전해왔다.

중동 지역에서 양은 곧잘 자식과도 같은 소중한 동물로 간주된데 비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개는 유목시절 동료이자 형제로서 소중히 다뤄졌던 것을 지금의 유목민들 삶 속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 인신공양을 대신해도 좋을 만큼 소중한 가치를 지닌 제물로서 서아시아는 양을, 동아시아는 개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개만을 제물로 썼을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시대마다 소중한 동물들이 제물로 선택됐을 것이고 이것이 어쩌면 고대 사회의 수많은 토템과 관련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한자를 근거로 그걸 우리 문화에 연결시켜 생각하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자는 중국의 문자고 우리 문자는 한글뿐이라는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 온 까닭이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만의 문자인 것처럼 우리가 배워온 한자가 실상은 우리의 조상들인 동이족이 처음 만든 문자라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중국인 학자들도 인정해오고 있는 바다. 물론 지금처럼 터무니없이 숫자가 늘어난 한자 모두가 우리 조상들이 만든 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초기-아마도 2세기초에 처음 정리돼 나온 것으로 알려진 설문해자의 1천여 자 정도는 동이족의 문화유산으로 간주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고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기 생성된 1천여 문자 정도는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만큼 우리의 역사와 당대 문화를 담고 있다. 물론 설문해자에 담긴 문자들 중에 지금은 쓸 일 없는 문자도 적잖다. 그럼에도 기원전 역사, 문화와 밀접한 상형문자의 존재로 인해 지금은 설명하기 힘든 우리 문화의 기원들을 되짚어볼 수 있다.

적어도 개고기를 식용으로 삼은 문화는 우리 민족이 유목시절부터 이어져 온 전통일 것이다. 그렇다고 요즘처럼 아무 때나 함부로 잡아먹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색하다. 분명 제물로 바쳐진 만큼 신성하게 다뤄졌을 것이다. 적어도 고대사회에서 보신탕은 그렇게 다뤄졌다고 보는 게 타당할 성싶다.

그러니 건강한 현대인들이 제 몸에 좋으라고 개고기를 남용하는 것도 꼭 권할 만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개고기를 먹는 기간이었던 복중에 개고기 먹는다고 스스로를 야만인으로 몰아붙일 일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개를 비위생적이면서도 야만스럽게 사육하고 도축하는 일만은 막아야 할 일이지만 다른 문명권에서 날아오는 비난에 목을 움츠려가며 제 나라 전통을 감추려 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개를 가족처럼 여기는 애견인들 입장에서 개고기 식용 문제는 분명 불편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을 먹는다는 식의 혐오감을 갖는 것도 좀 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개와 사람은 분명 다른 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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