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전 적자'의 주요인은 원전 축소 탓?
[초점] '한전 적자'의 주요인은 원전 축소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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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사장, '탈원전' 정책 우회 비판?
폭염이 이어진 지난 25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상황실에서 직원이 전력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진 지난 25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상황실에서 직원이 전력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한국전력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둘러싸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은 "원전 가동률 저하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적자"라고 언급하며 적자 원인이 원전 축소에 의한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의 이 같은 논리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적자의 주 원인을 연료비 상승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한전은 원재료 가격과 계절적 상황, 계통한계가격(SMP)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흑자와 적자를 반복해왔다. 최근 에너지 전환 정책과 맞물리면서 유독 적자 상황이 부각되고 있는 것. 과거 실적과 비교해본 결과 원전 축소로 인한 비용 증가는 일부일 뿐 원료 가격 등 다른 요인들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된다. 

◇ 재무제표 따라 흑자가 적자로 바뀌어

한전의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판매 전력량 13만8839GWh(기가와트시) 가운데 원자력 및 수력 발전회사인 한수원의 판매량은 2만7709GWh로, 이는 전체 판매량 중 20%다. 지난해 1분기에는 26.1%, 2014년 1분기는 31.5%를 기록했다. 

발전 설비 기준으로는 1분기 전체 11만6336MW(메가와트) 가운데 원자력 2만2529MW 24기와 양수 4700MW 16기, 신재생 628MW 45기(수력 606MW·35기 포함)를 포함해 2만7857MW로, 국내 총 발전설비의 약 24%를 차지한다. 지난해와 2014년 1분기에는 각각 26.1%, 31.5%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기준 원전 24기 중 9기가 계획예방정비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고리 3·4호기, 신고리 1호기, 한빛 4·6호기, 한울 2·3호기, 월성 1호기, 신월성 1호기 등 9기다. 이는 총 설비용량의 37.9%에 해당하는 8529GW로 집계됐다. 

앞서 김 사장이 원전 가동률 하락을 한전 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이에 산업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원전가동이 감소해 한전이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일부 매체에서 보도하고 있지만 인과관계 오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원전 가동률 저하가 적자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가를 두고 한전 내에서도 조금씩 목소리가 갈리는 분위기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를 통해 전력을 구매하는 구조인데 원전 가동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높은 단가의 LNG나 석유 등으로 구매가 증가한다"면서 "구입 단가가 상승하므로 원전가동률 하락과 적자 발생은 어느 정도는 상관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연료비와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전기요금은 그대로인 상태"라면서 "계획예방정비로 인해 원전 가격의 일시적인 변동과 함께 가동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다른 발전원이 늘어나는 부분은 있지만 원전 가동률 하락이 적자의 직접적인 요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원전 축소와 한전 실적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2018년 1분기 △2017년 1분기 △2014년 1분기 등 총 3분기를 비교해봤다. 기업의 경영 실적은 연결재무제표와 개별재무제표로 나타난다. 연결재무제표에는 모회사 실적에 자회사들의 실적이 함께 반영된다. 한전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 5개사 등 지분 100%의 자회사들 실적 결과에 따라 영업이익이 손실로 전환되기도 한다. 발전 자회사의 수익이 줄면 한전이 얻는 이익이 커지는 등 양쪽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료=한국전력 분기보고서
자료=한국전력 분기보고서

한전은 발전사들이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를 통해 구입한 후 기업, 가정 등에 전력을 판매한다. 매출총이익은 전기 판매로 거둬들인 수익인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제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매출원가에는 원재료 가격 변동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빼면 최종적으로 영업이익(손실)이 도출된다.

우선 연결기준 원전 가동률과 한전 실적 관계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와 지난해 1분기, 2014년 1분기는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약하다. 가동률 56.4%를 기록한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75.2%) 대비 가동률이 19%p 줄면서 1276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가동률 75.2%였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4632억원으로 85.6%를 기록한 2014년 1분기(1조2271억원)에 비해 약 10% 감소했음에도 이익이 오히려 늘었다. 발전사 실적을 제외한 개별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1조4632억원(올해 1분기), -7840억원(2017년 1분기), -2670억원(2014년 1분기)으로 원전 가동률이 70~80%를 기록했음에도 적자인 셈이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의 경우 매출총이익은 4821억원이지만 6097억원의 판매·관리비로 인해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판매·관리비 영향은 줄었지만 매출원가가 연결기준에 비해 1조3900억원 정도 늘어남에 따라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흑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는 매출원가가 대폭 감소해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매출원가 상승으로 784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014년 1분기의 경우도 연결기준은 1조2271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개별기준은 적자 전환됐다. 매출액이 매출원가보다 138억원이 많았지만 판매·관리비의 영향으로 영업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 올해 1분기 전력구입비 상승 이유는? 

2018년 1분기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전력구입비가 1조4915억원이 늘었다. 이는 2014년 1분기와 비교해도 1조1781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사진=한국전력 분기보고서 가공
자료=한국전력 분기보고서

판매 전력량 기준 2014년 1분기에 비해 2018년에 민간발전 부문이 대폭 늘고, 한수원 비중이 감소했다. 2014년과 올해 1분기를 비교했을 때 한수원 판매 전력량은 1만GWh 줄었고, 민간발전 판매량은 2만GWh 증가했다. 판매 금액 기준으로는 민간 부문이 2014년 대비 올해 2조2000억원가량 늘었지만 한수원은 1조9000억원으로 비슷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민간발전 비중이 커져 전력 구입비가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올해 1분기 전체 전력 구입량 자체도 대폭 늘었다. 2014년 1분기(126만4775GWh)에 비해 올해 1분기 전력량(141만7100GWh)은 12만2325GWh 증가했다. 차이를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1조1781억원. 이는 민간발전 구입비 증가분(1조5690억원)과 비슷하다. 

전력발생원료별 매입액 (자료=한국전력 분기보고서)
전력발생원료별 매입액 (자료=한국전력 분기보고서)

한수원을 제외한 화력 발전 5사의 LNG 매입액을 비교하면 올해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014년 1분기가 월등하게 높았다. 올해 1분기의 경우 LNG보다 유연탄 비중이 크게 늘었다. 다만 민간 부문 LNG발전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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