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투자 늘린다는데"…개발비 대폭 줄인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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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대림산업, 전년 대비 절반가량↓…"투자 인색"
10대 건설사 중 9곳, 매출 대비 개발비 비중 '1%' 밑돌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건설산업의 체질 변화를 위해 2027년까지 연구개발(R&D)에 1조원을 투입키로 했지만, 정작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투자는 여전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 중 9곳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이 1%를 채 넘기지 못했다. 

R&D 비중 감소폭이 두드러지는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다. 건설업계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지난해 1분기에만 362억원을 투자하며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이 유일하게 1%를 넘어섰지만, 올해는 절반 가까이 감소한 0.75%에 그쳤다. 

대림산업은 2017년 190억원(매출액의 0.80%)을 R&D에 투자했으나 올 1분기에는 83억원(0.30%)을 투입했다. 1년 전보다 107억원 줄인 수준이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역시 지난해 대비 13억원 감소한 233억원(0.31%)을, 같은 기간 GS건설은 19억원 줄어든 129억원(0.41%)을 투자했다.

R&D 투자에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설사는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조사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연구개발비는 올 1분기 매출액의 0.02% 수준인 2억원에 불과했다. 전년동기와 견줘 동일한 비율을 유지했으나 1500만원 더 쪼그라들었다.

이외에 포스코건설은 R&D 비용이 작년 1분기 34억원(0.48%)에서 올 1분기 63억원(0.44%)으로 투자비용을 늘렸음에도 매출액 대비 비중이 0.04%p 감소했고, 3억원 늘린 SK건설은 전년과 동일한 비중(0.78%)을 유지했다.

건설산업에서 R&D 투자는 건설 자동화와 스마트 유지관리 등 첨단 건설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정부가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는 건설업을 위해 연구개발비를 대폭 투입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스마트건설기술 확보를 위해 2027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입, 핵심기술 개발 보급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차원 설계나 유지보수 플랫폼, 사물인터넷 기반 유지관리 기술 등을 발굴해 한국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주택경기 악화를 견뎌내려 짧은 시간 내에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임대업이나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을 강화하고, 비교적 오랜 시간이 필요한 기술개발에는 '짠물 경영'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시공에서는 업계에서 쓰는 기술이 한정돼 있다"면서 "해외시장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나, 주택사업에서는 R&D 투자가 절실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R&D 부문은 단기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첨단 기술을 건설산업에 확산시키기 위해서 정책과 제도가 기술 경쟁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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