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원직군제, 마음마저 '이원화'(?)
은행 이원직군제, 마음마저 '이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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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노동청 시정조치 불구 '마이웨이'
직원 95% '불만', 절반 "이직 고려했었다"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yushin@seoulfn.com> 하나은행의 노사가 ‘이원직군제’와 관련해 서로 대립하고 있다. 2005년 노동청이 하나은행의 이원직군제를 검찰에 기소 송치하는 등 이전부터 이 제도를 둘러싼 문제가 대두되던 상황에서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

이원직군제란, 정규직 직원들을 채용할 때 애초에 직군을 두 개로 분리해 담당업무와 급여에 차별을 두는 제도. 'F/M, CL(Floor Marketer, Clerk)'은 영업점의 단순 창구업무를, 'Staff'이라 불리는 종합직은 본점과 지점에서 관리, 상담 등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각 직군간에 이동은 없으며 급여는 'F/M, CL'의 경우 2,500만~4,300만원, 종합직은 4,300만~4,800만이다. 초임의 경우 2,300만원의 차이가 나 종합직 초봉이 'F/M, CL' 초봉의 거의 두 배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부분은 'F/M, CL'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98%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이 하나은행 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성차별 문제로 논란이 많았다. 종합직의 경우, 이원직군제를 시행하지 않던 서울은행과의 합병시 서울은행의 정규직 직원들을 대부분 종합직으로 전환한 이유로 여성 비율이 1/3 정도에 달하지만, 합병전에는 여성 비율이 10%미만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업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이원직군제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없는 취업자의 경우, 같은 대학을 졸업하는 등 비슷한 능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직군으로 채용되는 상황이 발생해, 능력에 따른 차별이 아닌 직무에 따른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종합직으로 재입사하지 않는 이상 단순 창구직에서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얼핏 생각하면 'F/M, CL' 직원들만 불만이 있을 것 같지만 종합직 직원들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측에서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승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측은 종합직 직원들을 'F/M, CL' 직군쪽의 관리·책임자로 승진·이동시켜준다는 방침을 지난해 내놨지만, 업무도 제한될 뿐 아니라 최고임금이 종합직초임과 같은 'F/M, CL'쪽으로 이동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방침을 수정하지 않는 은행측에 반발한 노조측이 은행측 인사부서를 찾아가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노조측 한 위원이 부상을 입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은행측의 비용절감 효과를 위한 이원직군제로 인해 직군만 이원화된 것이 아니라 노사간, 노노간에 화합마저 단절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하나은행 내부적으로 직군과 직급에 제한이 없이 4,406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올 4~5월간 설문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설문에 응한 직원들 중 95%가 이원직군제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고 53%는 매우 문제가 많다고 답해 이원직군제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과반수가 최근 1~2년간 조직 내적인 사유로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2005년 신한은행내 설문조사결과에서 이직의사가 있는 직원이 26.4%였던 상황과 대비된다.

한편, 하나은행은 얼마전 계약기간 만료로 공석이 된 비정규직 자리를 용역으로 전환하려다 노조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보류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금융권 임금단체협상의 대표은행이자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노사관계에서 모범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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