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금 글로벌 은행들의 각축장, 우리는?
대만은 지금 글로벌 은행들의 각축장, 우리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탠다드차타드·씨티·ABN Amro등 속속 진출
시중銀 120여개 해외점포 중 단 한 곳도 없어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최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대만 금융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가 대만의 신주인터내셔널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시티그룹(Citygroup)이 대만의 화교은행 지분을 인수했다. 또한 ABN Amro도 파산처리된 대출전문은행인 Taitung Business Bank를 대만 정부가 주도한 경쟁 입찰을 통해 대만 내 32개 영업점을 추가 획득했다.

글로벌은행들의 적극적인 대만 진출 움직임은 대만 금융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함으로써 부유층 대상 프라이빗뱅킹 및 중소형기업 대상 영업을 통한 수익증대를 실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대만의 경제 구조는 주로 중소형 기업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대만 은행들도 주로 중소형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인구 2,300만명을 대상으로 무려 43개에 달하는 은행이 난립해 있다는 점이 글로벌 은행들의 대만 진출을 막아왔다.
상황이 이렇자 대만 정부도 지난 2000년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노동 및 정치적 압력 등으로 인해 구조개혁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만 정부는 금융시장의 통합 및 구조개혁을 위한 외국계 금융기관의 부실은행 인수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대만 진출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불확실한 대만의 금융개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대만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향후 은행 간 인수합병을 통해 여타 금융기관들보다 선제적 입지를 미리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대만 은행들의 몸값이 주변 아시아 지역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저평가돼 있다는 점 또한 대만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이다.
현재 대만은 외국계 금융기관의 현지 투자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외국계 금융기관의 금융시장 진입이 용이하다는 점도 글로벌 은행들의 진출을 돕고 있다.

무엇보다 대만은 중국 본토와의 정치적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대만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는 연간 자금 규모가 1,500억달러에 달하는 등 중국에 대한 최대 직접투자국 중 하나라는 점에서 중소기업 대상 대출 및 투자자문 업무 등을 통한 수익실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대만의 이같은 대대적인 금융빅뱅 예고에도 불구하고 국내은행들의 대만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120여개에 달하는 해외점포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만에 지점을 둔 은행은 단 한곳도 없다.

올해 6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해외점포는 총 7개로 주로 미국과 일본, 중국에 위치해 있으며 무려 26개의 해외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마저도 대만 지점이 없는 실정이다. 18개의 해외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또한 중국시장의 직접 진출만을 계획하고 있으며 신한은행도 대만 진출 계획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2004년에 대만 은행의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전혀 검토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향후 외국계 은행들이 대만 은행들을 속속 인수하면서 이를 통한 금융시장 개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 시장에 대한 대만 정부의 개혁 의지와 글로벌 은행들의 적극적인 인수 의지만 있다면 대만 금융시장의 개혁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글로벌 은행들의 영향력에 들어갔다"며 "과거와 같이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하는 소극적인 해외진출 의지로는 변동성이 큰 신흥국가들의 금융시장 개척에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