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오간 상반기 주택시장…청약은 '로또 광풍'
냉·온탕 오간 상반기 주택시장…청약은 '로또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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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경기도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 상반기 주택 거래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안정됐다'는 평을 받는다. 작년에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수요억제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펄펄 끓던 시장이 잠잠해진 것이다. 

연초에는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값이 오르고 거래 역시 활발했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4월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급변하며 전반적으로 관망기조를 이어갔다.  

◇ 4월 이후 거래 급감…집값 '안정세'

28일 부동산114 등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3.97% 상승했다. 이 중 서울 지역은 재건축 아파트와 직주접근이 가능한 새 아파트 위주로 상승세가 계속되며 8.57% 올랐다. 

특히 1분기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기 전 매물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와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4월부터 집을 2채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서울 등 청약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집을 거래할 경우 2주택자는 양도소득세율이 10%, 3주택자 이상은 기존 양도세율에 20%가 더 붙자, 서둘러 거래를 마친 셈이다.

그러나 2분기에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미 세부담을 피하려는 이들의 거래가 마무리된 데다 집값 상승과 거래의 중심 축이었던 재건축 시장에 '초과이익 부담금'이라는 폭탄이 떨어진 영향이다. 

그 중 반포동 반포현대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업계의 예상보다 높게 정해진 이후부터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눈치보기를 지속했다.

수도권 아파트 값도 1월 1.54%, 2월 1.67%, 3월 1.26% 등 1%대 상승률을 유지하는 듯 했으나, 4월엔 0.45%, 5월과 6월은 각각 0.29%, 0.12%를 기록하며 하향곡선을 그렸다. 

거래시장 역시 이같은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아파트 월별 매매 거래량을 살펴보면 1월 4만7525건에 그쳤던 거래건수는 3월 6만2050건으로 고점을 찍은 뒤, 5월 4만1989건으로 다시 줄었다. 

각종 규제로 움츠러든 서울은 3월 1만4609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후, 5월엔 5697건만 손바뀜하면서 절반이상 쪼그라들었다.

서성권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후 수도권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며 "지난해 발표된 8·2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시장은 신규 아파트 위주로 상승세가 계속됐으나, 2분기부터는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며 소강상태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신규 아파트 견본주택에 방문한 사람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의 한 신규 아파트 견본주택에 방문한 사람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 서울 유망 단지 '구름 인파'…지방은 '청약 제로'

상반기 분양시장은 지역별로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서울 및 수도권은 '로또 청약' 광풍이 몰아친 반면, 지방은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미분양이 속출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 상반기(이달 22일 1순위 접수 기준) 총 101만875명이 1순위 청약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78만2825명)과 견줘 29.1% 증가한 수준이다. 이 기간 일반가구는 7만4473가구로, 1순위 평균 청약률은 13.57대 1에 달했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청약자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엔 상반기 1순위 전체 청약자의 30.2%가 수도권 청약자였으나, 올해는 48.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서 로또 청약 열풍이 확산되면서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기수요까지 몰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HUG의 분양가 규제로 주요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수도권 수요자의 청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실제 로또 아파트로 수요자의 이목이 집중됐던 '디에이치자이 개포'와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고덕자이', '래미안 목동아델리체' 등은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1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첨자의 청약가점이 60점을 훌쩍 넘겼다.

'미사역 파라곤'과 '하남 포웰시티'는 청약가점 만점 당첨자가 나오는 이례적인 일까지 나타났다.

다만 올해도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여전하다. 서울과 달리 지방 분양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도 침체된 분위기를 이어갔다. 충북 음성군에 공급된 '음성감곡 대신리치빌'은 99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어 청약제로를 기록했고, 제주 '한림 오션캐슬'과 '대림위듀파크' 역시 1순위 청약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강원도 태백시 '태백장성 동아라이크텐'는 202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신청자가 1명에 불과했다.

자연스럽게 미분양 물량도 증가추세다.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9836가구로 전월보다 0.4%(253가구) 늘었는데, 수도권 미분양(9833가구)이 전월대비 5.1% 줄어든 것과 달리 지방(5만3가구)은 4월보다 1.5% 늘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지역은 주변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크게 떨어지기 쉽지 않기 때문에 로또 분양 열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방은 대구나 대전 등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고 웬만한 곳에서는 1순위에 높은 청약률을 보이기는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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