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타벅스 '리저브 바' 띄우기 먹힐까
[르포] 스타벅스 '리저브 바' 띄우기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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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역R점 찾아 서비스 체험…'소확행' 트렌드 겨냥 커피맛·인테리어 차별화 눈길
26일 서울 강남구 스타벅스 수서역R점에서 체험해 본 리저브 커피. 바리스타가 직접 추출해 준 커피와 함께 원두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카드를 받았다. (사진=박지민 기자)
26일 서울 강남구 스타벅스 수서역R점에서 체험해 본 리저브 커피. 바리스타가 직접 추출해 준 커피와 함께 원두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카드를 받았다. (사진=박지민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스페셜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리저브 바(Reserve Bar)'를 대폭 확대하면서 프리미엄 시장 개척에 나섰다. 관련 업계에선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전략이 '무리수'란 평가가 나온다. <서울파이낸스>는 26일 개점을 하루 앞둔 서울 강남구 스타벅스 수서역R점을 찾아 리저브 바 매장을 체험해봤다. 

◇ 눈으로 마시는 커피…보는 재미 '쏠쏠'

바리스타가 '사이폰'으로 증기압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바리스타가 '사이폰'으로 증기압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수서역R점 입구로 들어서자 전면에 배치된 리저브 바에서 바리스타들이 반긴다. 이들은 '커피마스터'라고 불리는데, 스타벅스 글로벌 인증 평가를 통과한 전문가들이다. 여러 가지 별도 교육을 거쳐야만 인증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바에 앉자, 커피마스터가 고급스러운 메뉴판을 펼쳐 보이며 원두에 대해 설명한다. 원두는 크게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생산된다. 일반적으로 신맛(산미) 선호도에 맞춰 원두를 고른다. 고심 끝에 원두를 결정하자, 여러 가지 추출 방식을 알려준다. 

종이필터를 사용하는 케맥스, 푸어오버 핸드드립과 증기압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사이폰, 11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고급 에스프레소 머신 블랙이글 등 여러 가지 추출 방식 가운데 입맛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향이 풍부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사이폰을, 깨끗한 풍미를 원하면 케맥스를 추천한다. 

헤이즐넛 풍미에 끝맛은 레몬향이 감돈다는 '니카라과 라 라구나' 원두를 사이폰 방식으로 체험했다. 커피를 내리기 전에 바리스타가 원두를 갈아 향을 맡아볼 수 있게 해준다. 사이폰 기구는 마치 과학실험실에서나 볼 법한 모양새다. 할로겐 조명으로 물을 끓이면 증기에 의해 압력이 높아지며 유리관으로 물이 빨려 올라가 커피가루와 만난다. 1분30초 뒤 불을 끄면 다시 압력이 줄면서 추출된 커피가 종이 필터를 통해 걸러져 내려온다.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눈으로도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사이폰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은 8~10분가량 걸린다. 완성된 커피는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작은 과자(비스코티)와 함께 나온다. 원두와 추출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카드도 준다. 

리저브 커피와 어울리는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손으로 만든 빵과 케이크, 과자 등 8종이다. 바리스타에게 '니카라과 라 라구나'와 잘 어울리는 음식을 부탁하자, '휘낭시에'를 알려줬다. 버터 향이 진하면서 단맛은 적당했다.

스타벅스 리저브 바에서는 숙련된 바리스타들이 원두, 커피 추출방식 등을 설명해주고 즉석에서 커피를 추출해 준다. 사진 속 바리스타는 올해 스타벅스 파트너(바리스타)를 대표해 활동하게 된 제14대 커피 앰배서더 김경빈씨. (사진=박지민기자)
스타벅스 리저브 바에서는 숙련된 바리스타들이 원두, 커피 추출방식 등을 설명해주고 즉석에서 커피를 추출해준다. 사진 속 바리스타는 올해 스타벅스 파트너(바리스타)를 대표해 활동하게 된 제14대 커피 앰배서더 김경빈씨. (사진=박지민기자)

◇ "프리미엄은 무리수" VS "자신 있다"

수서역R점은 스타벅스코리아가 29번째로 선보이는 리저브 바다. 오는 29일 경기 성남시에 문을 여는 판교아비뉴프랑R점까지 포함하면 30곳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15곳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만 2배로 늘렸다. 스타벅스 진출국 가운데 한국보다 많은 리저브 바를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35개)과 중국(52개)뿐이다. 인구로 따지면 한국이 가장 많다.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리저브 바를 늘리는 까닭은 커피 애호가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스타벅스 리저브 커피는 누적판매량 200만잔을 넘었다. 게다가 매년 30%에 이르는 증가세를 보인다. 

서규억 스타벅스커피코리아 홍보팀장은 "커피를 보다 깊이 경험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리저브 바를 확대하게 됐다. 일반 매장과 달리 숙련된 바리스타와 소통하며 커피의 맛과 향을 이해할 수 있는 덕분에 소비자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재이용률이 높을 뿐 아니라, 리저브 바를 경험해 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리스타와 대화를 주고받는 게 익숙하지 못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리저브 바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다는 박나래(29)씨는 "주로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을 이용할 때 찾는 편이고, 지인들도 대부분 커피를 여유롭게 즐기려는 목적으로 찾진 않는다"면서 "리저브 바가 있는 매장을 몇 번 가보긴 했지만,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이용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업계에서도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전략을 두고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커피 중 최고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셜티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커피 애호가들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스타벅스 리저브 바를 굳이 찾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인테리어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려는 눈치다. 신용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스토어 디자이너는 "리저브 바를 이용하기 부담스럽고 어렵다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다"면서 "수서역R점은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리저브 바를 배치해 바리스타가 손님들에게 즉시 응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규억 팀장은 "요새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큰 사치보다 작은 사치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소비자들이 많다. 리저브 바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커피를 통해 작지만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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