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높아진 도덕적 요구
[홍승희 칼럼] 높아진 도덕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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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바람은 종종 강하게 한쪽으로 쏠리기도 한다. 이번 지방선거 또한 일정 정도는 그런 경향성을 보였다. 촛불혁명의 여파일수도 있고 최근들어 국정지지율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대통령의 인기 덕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집권여당의 승리가 압도적인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사실이다.

시도지사 17명 중 14명, 시군구의 장 226명 중 151명, 시도의원 737명 중 605명, 구시군의원 2천,541명 중 1천,400명, 광역비례 87명 중 47명, 기초비례 386명 중 238명이니 싹쓸이에 가깝다. 더불어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12명 중 11명을 집권여당이 차지했다. 혹자는 너무 편향된 결과에 당혹스러워하고 또 혹자는 염려하기도 할 테지만 분명한 민심의 소리를 듣다보면 야당의 정책이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거센 바람몰이의 결과로 강력한 의혹을 달고도 당선된 어느 당선자는 대통령 인기 덕을 봤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사실이 많은 후보, 도덕적 비난을 산 후보들이 주루룩 낙선하는 현상을 보면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이 보다 더 도덕적으로 엄정해졌음을 실감하게 한다. 경합지역 혹은 제1야당 우세지역으로 점쳐졌던 지역에서도 거의 예외없이 논란과 비난을 샀던 후보들이 낙선했다.

지역구에 물난리가 났는데 외유성 해외출장을 갔던 지역의회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거나 무려 13회에 달하는 전과기록을 가진 어느 시장 후보도 여론조사에서 앞선다더니 결국 떨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무수한 전과기록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던 사례와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현상이다.

주변에서 이번 선거를 앞두고 들린 선택기준들을 보면 무엇보다도 후보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필자의 이웃 선거구에서는 음주운전 적발 기록만 십여 차례나 되는 후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후보부터 걸러내겠다고 벼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 정도는 가벼운 일로 여기는 도덕적 불감증을 가진 자들이 정치하는 꼴은 보기 싫다는 말도 들었다.

앞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꿈을 가진 이들이라면 무엇보다 법을 잘 지키려는 모범시민‘의 자세부터 가지라는 유권자들의 준엄한 요구를 잘 기억해야 할 듯하다. 과거처럼 개인적 야망만을 키우고 정치적 인맥에만 기대어 정치권에 뛰어들기에는 유권자들의 잣대가 매우 엄격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미투’ 운동의 여파가 강력하게 미쳤다. ‘권력을 가지면 다 가질 수 있다’는 야심만만한 남자들의 지난 시절 로망은 이제 미망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게 됐다. 권력을 가지고 아름다운 여성을 전리품처럼 취하고 싶어 하던 군국주의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여전히 역사의 찌꺼기처럼 남아있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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