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고객 돈으로 채용비리 면죄부?…창조금융→사회적금융 갈아타기
금융지주, 고객 돈으로 채용비리 면죄부?…창조금융→사회적금융 갈아타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회장의 위기 상황에 수십조원 금융지원 결정
정부 코드 맞추기용 단기적인 계획 열거 급급
"정부와 당국에 면죄부를 요구하는 구애활동"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3대 금융지주가 최근 대규모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고객들에게 돌려줘야할 이익을 수장의 구명활동에 썼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은 향후 3~5년간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는 사회공헌성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KB금융이다. 향후 5년간 진행되는 'KB 드림스커밍 프로젝트'를 통해 △유치원·돌봄교실 확충 750억원 △그룹 내 4500명 채용·1만7500명 채용지원 △생산적 금융 29조원 지원 등을 발표했다.

하나금융 역시 KEB하나은행을 통해 2020년까지 △정책서민금융 1조7000억원 △생산적금융 15조원 등 대규모 자금지원 계획을 밝혔다. 또 지난달에는 전국에 총 100여개의 직장·국공립 어린이집 확대하는데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희망사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020년까지 총 27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뒤 △경력단절여성 재기지원·초등돌봄 공동육아 추진에 총 150억원 △저신용자 재기지원에 총 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금융그룹이 나섰다는 점은 환영할만하지만 발표 시점이 상당히 묘하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 4월 2일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정황 검사 발표 직전 금융 지원 사업을 발표(3월20일, 22일)했다.

금감원은 당시 KEB하나은행 32건의 채용비리 검사 잠정결과를 발표하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공개했다.

어린이집 확대 사업 발표(5월 25일)도 5월 25일 함 행장과 같은 달 29일 김 회장의 소환조사 직전에 이뤄진 일이다. 특히 함 행장은 5월 31일 구속영장까지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KB금융은 지난 5월 9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직후 5월 14일, 16일, 30일 'KB드림스 커밍 프로젝트'의 세 가지 테마를 소개했다.

신한금융은 채용비리 논란에서 벗어나 있던 지난 1월 첫번째 '희망사회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을 앞서 내놓은 점이 두 금융지주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지난 5월 11일 금감원이 신한은행의 채용비리에 대한 검사결과를 내놓은 이후인 6월 4일 300억원 규모의 두번째 계획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정부와 사정당국에 면죄부를 요청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지적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금융지원이 공공성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과거에는 하지 않았던 일을 이제 와서 한다는 것 때문에 진정성이 의심되는 등 오해를 살만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생산적 금융, 보육지원 등에 3~5년 기간의 단기적인 계획만 세워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을 더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육시설 지원 등 활동은 금융권과 거리가 먼 일인데다 시설 운영 등 장기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정부 정책에 맞추기 급급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고객에게서 이자놀이로 벌어들인 돈을 회장의 거취를 위해 쓴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자 장사로 수조원을 벌어들였지만 이렇다 할 사회공헌활동을 하지 않다가 채용비리 등 문제가 드러나자 자신들의 구명활동을 위해 정부 코드맞추기 용도로 쓰고 있다"며 "재벌들은 코드맞추기나 사회공헌을 할 때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내놓지만 이들은 고객의 돈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질이 더 나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금융권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에서 이번 정부 들어 사회적 금융으로 빠르게 갈아타는 등 잘보이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의사결정이나 개입 등 채용비리 건과 관련해 회장과의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orman 2018-06-09 11:32:26
금융그룹 회장들이 은행돈을 자기를 위해 쓴다면 이것은 횡령입니다. 특히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이 언론을 매수하기 위해 홍보비 등을 사용하였다면 형사적으로 처벌이 불가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