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필기시험' 부활...공정성 기대감 vs 考試 우려
은행권, '필기시험' 부활...공정성 기대감 vs 考試 우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9월 진행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참가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지난해 9월 진행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참가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은행권 채용에 필기시험 제도가 부활한다. 면접에는 반드시 외부 인사가 참여하게 된다. 이에 투명성은 확보되지만 한편으로 고시 수준의 높은 변별력으로 은행의 변화에 맞는 융복합 인재를 거르는 데는 한계도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채용비리 논란을 털어내기 위해 객관성·공정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정하고 이를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모범규준에는 은행권이 채용절차를 진핼할 때 필기시험을 둘 수 있다고 규정했다.

모범규준은 권고사항이지만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채용부터 필기시험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마저도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논술은 배제하고 객관식이나 단답형으로 진행하는 것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채용에 나선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은 모두 필기시험을 실시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채용과정에서 필기시험을 치른 건 10년만이다. 금융 분야의 전문지식을 묻는 문제들부터 정현 테니스 선수의 4강 진출 대회가 어디인지 묻는 사회·문화 문제, 디지털뱅킹과 관련한 IT문제 등 여러 유형의 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필기시험을 외주에 맡겼다. 시험도 은행 내부에서 문제를 만들기 보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활용했다.

하반기 채용을 준비중인 KB국민은행은 경제·금융·상식·국사 등에서 객관식 문제를 출제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인적성검사 시험도 진행된다. 논술 시험이 있지만 없애는 것을 검토중이다.

1990년대부터 필기시험이 없었던 신한은행도 이번 채용부터는 모범규준을 적용해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필기시험은 응시자의 업무 수행능력을 파악하고 우수 인력을 구분해내기 위해 향후 난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필기시험이 도입된만큼 은행들은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시험 난이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며 "제출되는 문제 수준이 은행 간 자존심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애초 필기시험을 없앤 이유는 경제 전공 등 인재 쏠림 현상을 막고 다양한 인재를 등용하자는 취지였는데 필기시험 부활로 결국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역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은행권 채용 면접에서는 외부 인사가 반드시 면접위원으로 참석하게 된다. 외부위원의 비율은 은행 자율로 결정된다.

상반기 채용이 진행중인 우리은행은 1,2차 면접 모두 면접위원의 50%를 외부전문가로 뒀다. 기업은행은 2차 임원면접의 50%가 외부위원이다. 농협은행은 10명중 2명이 외부인이다.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채용비리에 대비해 충원이 가능한 예비합격자 명단도 만들어진다. 또 임직원제 추천제는 아예 폐지된다. 임직원 추천제는 금융권 채용비리의 원인이 됐다.

은행연합회는 제출한 모범규준에 대한 의견을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아 확정하고, 다음달 의사회에서 이를 의결할 예정이다.

한 전문가는 "채용비리 이슈로 인해 여기까지 온 것인데 모범규준이 확정되기까지 현 시대상에 맞는 창의적이고 융복합형 인재등용 등 금융기업의 채용 자율성과 채용비리 재발방지 취지를 모두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