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스크' 완화에도 '금리 리스크'…외국인은 "By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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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4년10개월 만에 최대 순매도…나흘간 2조 '팔자'
"코리아 프리미엄 시간 소요"…美국채금리 3% 돌파 부담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연일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원에 달하는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셀(sell) 코리아'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올해 초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부각하며 투자 심리가 악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15.33p(0.62%) 떨어진 2448.81에 거래를 마쳐 나흘 연속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전날보다 19.95p(0.81%) 내린 2444.19에 출발한 지수는 장중 2430선으로 고꾸라졌다. 이후 하락폭을 일부 만회하며 줄곧 2440선에서 횡보한 뒤 막판 오름폭을 확대했다.

지수의 부진은 나흘째 뚜렷한 매도세를 지속한 외국인이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은 기존 전 고점인 4000억원, 5000억원대를 넘어 무려 7663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 2013년 6월21일(8009억원) 이후 4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나흘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1조9903억 원에 달한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7529억 원, 72억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지수 반등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3.68p(0.42%) 하락한 869.93에 장을 마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장중 한때 반등 흐름을 보였지만 이내 하락 반전하며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이 사흘간 2792억 원가량 순매도하며 지수를 주저앉혔다. 지난 주까지 반등 흐름을 보이며 올 초 돌풍의 지표였던 900선에 잠시 복귀했지만 외국인에 의해 성장판이 닫힌 모습이다.

오는 27일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고 있지만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 등 돌리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례없는 평화 진전 논의들이 이어질수록 국내 주식시장이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지만, 정치적 논리에 의해 보수적으로 접근해 보면 드라마틱한 수급 개선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2000년과 2007년 2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전후의 금융시장 흐름을 보면, 지정학적 위험이 경감될 것에 대해 주가와 원·달러 환율 등에 선반영됐다가 재료 소멸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는 게 안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엔 다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산재해 있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프리미엄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보는 관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6 월 초 북미 회담과 후속 조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로서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년여 만에 장중 3%를 넘어선 것도 외국인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금리 상승은 기업의 이자와 조달 비용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부담이 된다. 이와 함께 증시에 투자된 자금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채권으로 이동할 것이란 우려로 작용한다. 국내 증시는 지난 2월초에도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뉴욕증시 급락 여파가 지속하며 코스피가 6거래일 만에 근 8% 폭락한 바 있다. 이 기간 2500선 중반이었던 지수는 순식간에 2300선으로 미끄러졌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가 단기적으로 3%대 도달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강해 더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금리 변화로 자금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주식시장에 먼저 반영된 것 같다"고 판단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원·달러 환율도 4거래일 연속 상승, 1080원을 넘어섰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8000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3.8원 오른 1080.6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1080원을 넘긴 것은 지난달 26일(1081.1원) 이후 한달 만에 처음이다. 전날보다 0.3원 내린 1076.5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장 중 1075.1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역외 달러 매수세,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도로 결국 상승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널뛰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은 3년5개월 만에 최저치인 1056.6원까지 뚝 떨어졌다. 북한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원화 강세(달러 약세)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두고 한국 외환시장개입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서였다. 그러나 미 국채금리가 연 3%대까지 뛰어오르면서 환율도 이날 1080원선을 뚫었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향방에 대해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간밤 미 국채 수익률 상승세는 장 중 3% 수준을 넘어섰지만 이후 숨고르기 장세를 띠며 다시 2%대 후반으로 레벨을 낮췄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미 국채 금리가 3%대에 안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의 출발점이 국제금융시장의 상황변화 변화, 근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횟수에 따른 것이므로 이런 요인들이 앞으로 어떤 재료가 될 지가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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