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금지' 공지에도 주식 판 삼성證 직원…도덕적 해이 '부글부글'
'매도금지' 공지에도 주식 판 삼성證 직원…도덕적 해이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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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눈먼 직원 16명, 30분 간 주식 501만주 매도
"어찌 이런 일이!" 불신 만연…증권업계도 비판 쇄도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조아 기자] 삼성증권의 사상 초유 '배당 사고' 파문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내부통제·관리시스템 체계의 허점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잘못 입고된 주식임을 알면서 팔아치운 일부 직원의 행위가 뭇매를 맞고 있다. 문제의 직원에는 직급을 가리지 않았고, 시장 정보를 분석·예측해 투자자에게 전달해 올바른 투자 판단을 제공하는 애널리스트도 포함돼 충격은 더한 모습이다.

이들은 '주식이 잘못 입고됐으니 팔지 말라'는 회사 측의 수차례 경고에도 이를 무시하고 눈앞의 대박을 좇았다. 고객의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증권사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배당금 착오 사고가 났던 지난 6일 직원들에게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지 말 것을 4차례에 걸쳐 지시했다. 오전 9시 39분 증권관리팀장이 본사 부서에 배당 입력 오류 사고를 유선으로 알리고, 9시 45분 착오 주식 매도금지를 공지했다. 9시 51분에는 사내망을 통해 '직원 계좌 매도금지' 긴급 팝업 공지 후 5분 단위로 3차례 더 팝업창을 띄웠다. 전직원이 볼 수 있는 사내망 공지만 총 4차례가 이뤄진 것.

하지만 16명의 삼성증권 직원은 회사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전 10시5분까지 약 30분 동안 주식 501만주를 시장에 팔아치웠다. 100만주 이상을 판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의 매도 행렬은 오전 10시8분께 전체 임직원 계좌에 대해 주문정지 조치를 취한 이후에야 멈췄다. 직원 16명이 자신에게 들어온 주식을 매도해 단시간에 대량 매물이 쏟아지자, 삼성증권의 주가는 12%가량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대량 손실로 이어졌다.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는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와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의 문제, 주식거래시스템상 한계에서 비롯됐다. 자본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 사상 초유의 사고라는 점에서 큰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일부 직원이 당장의 이득에 혈안이 돼 보여준 비도덕적 행위에 시장의 충격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의 교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고객으로 하여금 신뢰가 요구되는 증권사 직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주식 처분 주체가 선임급부터 팀장급까지의 직원과 애널리스트까지 포함돼 시장의 분통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주식 투자 경력 10년의 장 모 씨는 "내부 체계의 허점에서 비롯된 사고라는 것이 어처구니없지만, 직원들의 탐욕이 빚은 비극이라는 점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장 씨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범죄에 준하는 사고를 저지른 문제의 직원들에 강한 법적 철퇴가 가해져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는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는 증권사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당 증권사는 물론, 증권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질까 우려된다"며 "특히 대형사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만큼, 투자자의 불안한 시선이 희석되는 데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도 이번 사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착오로 들어온 주식에 손을 대면 안된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교육 받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팔아치운 것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애널리스트 등 직원들은 해당 주식의 의미를 모를 리 없을 뿐더러, '팔지 말라'는 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이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지면서 해당 증권사에 심각한 흠결로 남는 것은 물론, 증권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것"이라며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는 모습들이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유령주식'을 팔아 부당 이득을 취한 해당 직원들에 대한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점유이탈물 횡령죄란, 유실물 등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를 말한다. 자기 주식이 아님에도 팔아치워 현금화한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윤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직원들의 경우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고소·고발 당할 수 있다"면서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된다면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기소될 가능성이 높고, 형사재판에서 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도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나 기업은 해당 직원들에게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 등의 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며 "정확한 처벌 수위는 피해액이 어떻게 산정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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