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저격수 김기식…삼성생명 "나 떨고 있니"
돌아온 저격수 김기식…삼성생명 "나 떨고 있니"
  • 김희정 서지연 기자
  • khj@seoulfn.com
  • 승인 2018.04.04 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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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감원장 취임후 행보 촉각
삼성생명, 삼성전자 20조 주식 팔아야 할까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서지연 기자] 이른바 '금융권 저승사자'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으로 삼성생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 저촉 우려로 삼성전자 주식을 정리해햐 하는데, 김 금감원장의 취임으로 추가 처분해야 할 지분이 대폭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원장 취임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 법상 한도를 넘는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주장한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기형적인 법률", "오로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위해 예외를 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들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까지만 허용한다. 금융권에서 취득원가를 평가 기준으로 하는 업권은 보험업뿐이다. 그런데 이 기준을 취득 당시 가격으로 하다 보니 삼성생명이 주당 5만원에 사들인 삼성전자 지분 7.6%는 이 기준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가로 적용하게 되면 주당 240만원 수준으로 폭등한 이 지분의 가치가 24조원 가까이 된다. 향후 삼성생명이 약 20조원어치의 지분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삼성생명은 금산법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941만주(7.29%)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각각 8.23%에서 8.88%로, 1.44%에서 1.55%로 높아져 합산 지분율(10.43%)이 금산법상 보유 한도인 10%를 초과하게 된다. 따라서 삼성생명·화재는 초과분인 0.43%, 시가로는 약 1조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 금산법에 따라 1조원 가량의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김 원장의 취임으로 20조원 어치 지분을 추가로 처분해야 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어마어마한 처분 가격도 문제지만 삼성이 보험업법 개정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지배구조)가 흐트러진다는 데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 삼성전자 → 삼성SDI →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SDI → 삼성물산 → 삼성생명' 등 두 가지 형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보험업법 개정으로 이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거나 소유 지분률에 큰 변동이 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에도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이미 금융권에선 같은 참여연대 출신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 원장이 '삼각편대'를 이뤄 재벌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본다. 특히 이 중 김 원장이 '금융 검찰'인 금감원을 이끌게 된 이상 국회나 국무회의 심의 없이 자신의 권한만으로 감독규정을 고칠 수 있게 됐다. 보험업 감독규정 별표 11(자산운용비율의 적용기준 등)은 '주식 또는 채권의 소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지난 19대 국회 때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에 막혀 법안이 폐기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김 원장의 소신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감독규정 개정은 금감원장 소관이 아닌 금융위원회에 있다. 또 감독규정을 고치려면 입법예고와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하고 규제개혁위원회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 김 원장이 취임 이후 최대한 튀지 않기 위해 자세를 낮추는 로우키(low-key) 행보를 택한 점을 고려하면 기존 강성때와는 달리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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