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號 2기 출범…베테랑 한은맨 앞에 난제 산적
이주열號 2기 출범…베테랑 한은맨 앞에 난제 산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은 독립성 인정 받은 1998년 이후 사실상 첫 연임 
한미 금리역전·1450조 가계부채 등
불확실성 투성이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발표된, 지난 22일 오전 7시45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 수십명의 취재진의 둘러쌓인 이주열 한은 총재는 평소대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10년7개월 만에 이뤄진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으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는 "미 연준의 결정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고 차분한 목소리 톤을 유지했다. 145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물가상승세 외에 한미 금리역전이라는 과제를 하나 더 떠안게 됐지만 베테랑 한은맨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뛰어넘은 이주열 총재가 2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2기 체제에 돌입한다. 한은 총재가 연임된 것은 11대 김성환 전 총재(1970년 5월2일~1978년 5월1일) 이후 44년 만이다. 한은이 사실상 독립기관으로 격상된 지난 1998년 이후로 따지면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가 이 총재의 연임을 결정한 것은 그 만큼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전시(戰時)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병법의 격언처럼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총재의 어깨가 4년전과 마찬가지로 가볍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긴축으로 방향을 튼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한미 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국내 경기·물가 상승세에 대한 불확실성, 1450조를 넘긴 가계부채 등 대내외 풍랑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가운데 '이주열호(號)'가 항해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처럼 만만치 않은 대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 금융시스템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적절한 시점에 금리 정상화를 이루고, 어렵사리 움튼 경기 회복의 불씨를 지켜내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 금리역전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격으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1997~1998년 외환위기 시절을 보낸 트라우마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국민들의 경제심리를 옥죄고 있다. 그동안 경기 추락을 막기위해 금리를 한없이 끌어내렸다면 위기에서 한 발 물러난 지금, 역설적으로 더 힘든 선택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 총재의 연임으로 총재 교체기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줄어들자 5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속속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는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줄이면서도 글로벌 기류를 읽어 국내 통화정책에 반영하는 운용의 묘를 선보여야 한다. 

한은의 독립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총재가 지난 4년 임기 동안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에 맞춰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내리면서 가계부채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총재에 대해 '말 잘 듣는 총재', '예스(Yes) 맨' 등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연이은 양자 회동과 정책 공조도 한편으론 경계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적잖다. 

보수적인 조직 혁신도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이 총재는 4년 전 취임 당시에도 '경영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경영 혁신을 꾀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해 나가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은 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30명 중 76%가 내부 경영 평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55%는 이 총재 연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한은 관계자는 "점잖은 학자 스타일인 이 총재의 연임으로 혁신 기대감이 잦아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에 거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원만하고 합리적인 성품과 균형감각을 지닌 업무 스타일을 바탕으로 그동안 안정적으로 한은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원활한 소통능력을 갖추고 있어 임직원들의 요구사항이나 고충도 귀담아 듣는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리정책에 관해서는 시장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충분한 시그널을 보내며 안정을 도모했다. 금리정책과 관련해 실언을 금하고 시장 변동성을 최소화 한 것이 오히려 그를 돋보였다는 설명이다. 

1952년생인 이 총재는 강원 원주 출신으로 원주 대성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한은에 입행해 한은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 등 요직을 거쳐 2014년 한은 총재에 오른 39년 정통 한은맨으로 평가받는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